지역을 성장축으로, 제조는 AI로…산업부 '3대 전환' 로드맵 제시

산업부, 오늘 대통령 업무보고
5극3특 성장엔진·제조 AI 대전환·新통상전략 추진
김정관 장관 "가짜 노동 걷어내고 정책 실행력 높일 것"

연합뉴스

정부가 지역을 산업과 경제 성장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제조업 전반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대전환과 새로운 통상 전략을 추진한다. 수도권 1극 구조를 완화하는 동시에 기업 활력을 끌어올려 성장 동력을 재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부는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역에는 성장을, 기업에는 활력을'을 비전으로 한 3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정책의 큰 축은 지역 중심 경제성장, 첨단제조 AI 대전환, 국익 극대화를 위한 신통상전략이다.

산업부는 우선 지역을 경제성장의 주체로 육성하기 위해 '5극 3특 권역별 성장엔진' 산업을 내년 2월까지 확정한다. 선정된 산업에는 규제·인재·재정·금융·혁신을 아우르는 '성장 5종 세트'를 집중 지원하고, 대규모 지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한국형 IRA 성격의 '성장엔진 특별보조금' 도입도 검토한다.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중 40% 이상을 지역 성장엔진 산업에 투자하고, 전용 연구개발(R&D) 프로그램 신설도 추진한다.

권역을 넘어서는 메가 단위 산업 육성도 추진한다. 수도권 반도체 생태계를 광주·구미·부산으로 확장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구축하고, 충청·호남·영남을 잇는 배터리 삼각벨트를 조성한다. 광주 AI 자율주행 실증도시, 충남 디스플레이 첨단연구원, 대구 AI 로봇 인프라 등 지역 맞춤형 미래 산업 기반도 강화한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전제로 한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내년 시범단지 착공을 목표로 한다.

제조와 AI의 결합을 통한 산업 혁신에도 나선다. 산업부는 1000여개 산·학·연이 참여하는 '제조 AI 대전환(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AI 팩토리 500개 구축, 대·중소 협력 AI 선도모델 15개 개발, AI 실증 산업단지 13곳 조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제조 공급망 전반에 AI를 확산하고 생산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첨단산업과 신산업 육성도 병행한다.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 바이오, 방산 등 주력 산업별로 '국내 마더팩토리 구축과 해외 양산' 전략을 적용하고, 차세대 배터리와 AI 반도체, LNG 화물창, 자율주행 핵심 기술 등에 대규모 R&D 투자를 이어간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개정해 지주회사 규제 특례를 도입하고, 산업 구조 재편 모델도 제도화한다.

세계시장 개척도 주요 목표다. 산업부는 대미 투자 사업관리 체계를 구축해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대미 투자와 국내 투자를 연계해 수익이 국내로 환류되도록 한다. 동시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한·UAE 협력 모델을 활용한 원전 수출, K-푸드·방산·전력기자재 등 수출 품목 다변화로 2년 연속 7000억달러 수출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핵심광물과 소재·부품·장비 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덤핑 피해에 대한 적기 무역구제 등 'K-산업 방파제'를 구축해 경제안보 대응력을 높일 방침이다. 산업부는 정책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문화 혁신과 공공기관 신뢰 회복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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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공직사회의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줄이기 위한 전면적인 업무 혁신에 공감대도 형성됐다. 형식적 보고와 보여주기식 행사 등 '가짜 노동'을 과감히 걷어내고, 국민과 국가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업무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민간에 있을 때 '가짜 노동'이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다"며 "고객 가치와 무관한 일, 상사 눈치 보기 같은 관행이 공직사회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상사가 퇴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직 전체가 야근을 이어가고, 이를 '업무'로 포장하는 문화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의식도 공유했다.

김 장관은 특히 불필요한 보고 관행을 지적했다. 간단한 사안도 메신저나 전화로 처리할 수 있음에도 종이 보고서로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각종 행사가 과도하게 열리면서 장관 참석이 관행처럼 요구되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대통령도 보여주기식 행사를 지양하라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 와보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행사가 많다"며 "행사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산업부는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민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 목록을 정리하고, 부처 차원의 합의를 통해 해당 업무를 과감히 중단하기로 했다. 기존 업무를 줄이지 않고서는 새로운 정책 과제를 추진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장관은 "새로운 일을 할 시간을 만들기 위한 구조적 정비"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지에 공감을 표하며 "예전에는 상사가 퇴근했는지 알려주는 장치까지 있었다. 그런 유물 같은 관행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부의 결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다른 부처들도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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