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털려 떨고 있는데…온라인서 손쉽게 거래되는 개인정보

텔레그램상 개인정보 판매 기승
연락처, 주소, 주민번호에 대출이력까지
개인정보 거래글 12만건→17만건 증가

"하루 평균 40~100건, 실시간 소액대출 신청자 데이터베이스(DB) 제공합니다"

불법 개인정보 판매자가 기자에게 타인의 개인정보 가격을 건당 5000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박승욱 기자

텔레그램에서 개인정보 거래를 문의하자 판매자는 본인이 운영하는 채널 링크를 보내줬다. 링크에는 '유튜브 실시간 신청 DB(주식), 실시간 대출 DB' 등 다양한 개인정보 상품과 함께 '각종 사이트, 플랫폼 해킹작업 가능하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실시간 대출 DB'가 필요하다고 하자 판매자는 "일기준 신용대출 신청 DB는 건당 5000원으로 하루 700건 추출해 현재는 100~150건 정도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에서 3000만개가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사회적 불안이 커진 가운데 온라인에서 실시간 대출 신청내역, 개인회생 신청내역 등 각종 개인정보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포털사이트에 '디비 텔레그램', '구디비 텔레그램' 등의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 수많은 개인정보 거래 업체가 게시됐다. 디비는 DB의 은어로 구디비는 실시간이 아닌 이전의 DB를 의미한다. 대출 등과 관련된 정보는 신청자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달라질 수 있는 탓에 실시간 DB가 구 DB보다 비싸게 거래된다.

거래되는 개인정보는 연락처, 주소,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유튜브 실시간 DB(주식), 대출신청 내역, 실시간 대출 거절 내역, 개인회생 DB 등 다양했다. 다른 판매자에게 개인회생 DB를 문의하자 그는 "건당 3000원, 최소 구매수량은 300건으로 한 법률사무소에서 실시간 해킹을 통해 추출한 정보"라고 설명했다.

불법 개인정보 판매자가 기자에게 타인의 개인정보 가격을 건당 3000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박승욱 기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개인정보 불법 유통 거래 게시물은 2020년 12만8529건에서 지난해 17만8479건으로 5만건 넘게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만 12만274건으로 연말 기준으로는 지난해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같은 DB 거래는 엄연한 불법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가 아님에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업자들도 불법 거래임을 인지하고 구매자에게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 판매자는 영업 종목과 영업 방식을 물어보더니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며, 텔레마케팅(TM)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답에 "리딩방에 개인회생 DB가 왜 필요하냐"며 재차 되물었다. "특정층을 타깃으로 하려고 한다"고 설명한 뒤에야 판매자는 안심한 듯 상품 설명을 마저 진행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해킹이나 내부 유출 등 다양한 경로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데 소비자들은 하이퍼링크가 담긴 문자메시지에 대해 경계하고, 로그인 시 2차 보안까지 신경 써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가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짚었다.

사회부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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