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무연고사 리포트⑥]'더 이상 남의 일 아냐…국가 차원 통계 절실'

<김민석 나눔과나눔 사무국장 인터뷰>
"무연고사는 구조적 문제…빠른 증가세"
"지자체 통계 오류 많아, 정책수립 난항"

"이제는 누구나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가난하거나 소외된 특정 계층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이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김민석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최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우리 모두가 '잠재적 무연고 사망자'라고 강조했다. 1인 가구의 증가, 딩크족, 비혼 문화의 확산으로 가족 중심의 전통적 장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김 사무국장의 설명이었다. 나눔과나눔은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김 사무국장은 "장례는 보통 배우자나 자녀가 치르지만, 1인 가구나 자녀가 없는 경우엔 막막해진다"며 "배우자가 있더라도 초고령화로 인해 장례를 주관할 여력이 없는 노인 부부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녀가 없는 분들은 흔히 '조카가 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현행법상 조카는 장례 주관자가 될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고조차 듣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무연고 사망자의 증가세는 가파르다. 김 사무국장은 "처음 활동할 때만 해도 평일 하루 1명의 장례를 치렀지만, 지금은 주말을 포함해 하루 5~6명씩 모시고 있다"면서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전담하는 서울시립승화원 시설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이 올 텐데 향후 다른 추모 시설 개방과 인력 확충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이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그는 죽음을 준비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했다. 김 사무국장은 "사람들이 삶에는 많은 관심을 쏟지만, 자신의 장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막연하게 생각한다"며 "죽음을 터부시하고 준비하지 않으니 결국 모든 절차를 상조회사 등 시장에 돈을 주고 맡길 수밖에 없고, 선택권 없이 관성적인 장례를 치르게 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장례는 나의 마지막이자, 남겨진 이들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하고 평소 주변 사람들과 장례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록을 남겨둔다면, 시장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지인들과 충분히 애도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대안 장례를 모색해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급한 과제로는 국가 차원의 정확한 통계 구축을 꼽았다. 현재는 지자체별로 무연고 사망자를 관리하다 보니 누락이나 오류가 잦다. 김 사무국장은 "실제로 서울시 통계상 무연고 사망자는 1365명이었으나, 나눔과나눔이 현장에서 떠나보낸 고인은 1391명으로 더 많았다"며 통계의 허점을 지적했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이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그는 "통계가 부실하면 고인이 고아인지, 가족이 있지만 인수를 거부한 것인지, 거부했다면 경제적 이유인지 관계 단절 때문인지 파악할 수 없다"며 "국가 차원의 통합된 통계 시스템이 있어야 정확한 원인 분석과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용어의 개선도 제안했다. 그는 "무연고 사망자 중에는 실제 연고자가 있지만 관계 단절 등으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무연고'라는 단어가 주는 낙인효과를 고려해,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죽음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대체 용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부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사회부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사회부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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