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역대 진보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전직 관료들이 이르면 16일 첫 회의를 앞둔 정례적 성격의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과거 전례가 있는 한미 워킹그룹 방식으로는 현재의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전직 통일부 장관 6명은 15일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야 하나, 과거 한미 워킹그룹 방식으로 이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성명에는 임동원(25·27대), 정세현(29·30대), 이재정(33대), 조명균(39대), 김연철, 김연철(40대), 이인영(41대) 전 통일부 장관 등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외교부는 최근 정례적 성격의 '한미 대북정책 고위급 협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이 협의의 성격과 역할을 놓고 부처 내 이견이 제기된 상황이다. 외교부는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문서의 후속조치 논의를 위한 협의라고 설명했다. 반면 통일부는 자칫 이 협의가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시도했던 '한미 워킹그룹' 형태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한미 워킹그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협의가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실무 부처의 의견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미국 실무자들과의 대북정책 협의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보다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협의의 미국 측 대표를 맡을 것으로 보이는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겨냥해 "최근 보도된 미국 실무대표의 생각을 보면, 그가 참여하는 한미 정책협의는 북미 정상회담의 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같은 한미 협의 구성을 논의 중인 외교부를 겨냥해서도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대북정책을 외교부가 주도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원칙에 반한다"며 "과거 남북관계 역사에서 개성공단을 만들 때나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 외교부는 미국 정부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고 보수적이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전문성이 없고, 남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은 그러면서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주무부처이며, 경제, 군사, 인도, 사회문화 등 전 분야의 회담 추진 과정에서 부처 간 협의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외교부 주도의 한미 워킹그룹 가동 계획을 중단하고, 통일부가 중심이 되어 남북관계 재개 방안을 마련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