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경기자
"캐릭터 사업에서만 향후 5년 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겁니다."
루시드프로모의 김병수 대표는 지난 11일 메인비즈협회(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1997년 설립된 루시드프로모는 주거 통합 마케팅 솔루션 기업이다. 현재 캐릭터 사업 매출은 전체 매출 150억원 가운데 7억원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김 대표는 매출 구조가 여전히 건설 마케팅 중심인 상황에서도 캐릭터 사업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아 피벗(pivot·정책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수 루시드프로모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열린 메인비즈협회 경영혁신 우수기업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와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메인비즈협회
루시드프로모는 지난 28년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20여곳의 건설사를 고객사로 두고 누적 21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180만세대, 1200만명에 이르는 고객 접점을 확보했다. 롯데 시그니엘, 타워팰리스, 나인원 한남 등 국내 유명 주거시설의 분양·입주 마케팅과 컨시어지 서비스 등까지 수행해온 이 기업이 2010년께 시작한 캐릭터 사업으로 조금씩 방향을 틀려는 배경은 무엇일까.
루시드프로모는 영국 컨시어지 브랜드 '퀸터센셜리'와 제휴해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신뢰의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주목했다. 이때 사회공헌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일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캐릭터다. 텍스트 기반 메시지의 인식률은 30% 수준이지만 캐릭터를 활용한 스토리형 메시지는 인식률과 행동 전환율이 90%에 이른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런 분석에서 자체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위캔두잇(WeCanDoIt)'이 탄생했다. 루시드프로모는 건설 마케팅을 주력으로 해온 만큼 식당과 피트니스센터 등 생활 공간의 에티켓 안내와 층간 소음·반려동물 문제를 담은 입주민 안내서에 이 캐릭터를 활용해 에티켓 메시지를 반복 노출하는 에티켓 캠페인을 펼쳤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캐릭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었다. 글로벌 확장성이 크고 인공지능(AI) 기술과 도구의 도입으로 초기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는 판단에서다.
위캔두잇 캐릭터가 소개된 캐릭콘 홈페이지. 루시드프로모
루시드프로모가 만든 캐릭터 IP 기반 콘텐츠 플랫폼 '캐릭콘'에서는 기업 문화, 학교폭력 예방, 환경교육 등 다양한 메시지를 포스터·웹툰·영상·안내서 형태로 제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접목한 '위캔두잇 AI 스튜디오'를 도입해 콘텐츠 제작 효율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를 기반으로 다국어·다문화 환경에 적합한 글로벌 콘텐츠 개발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누적 제작 콘텐츠는 1만여건, 협업 캠페인은 850건 이상에 이른다.
다만 김 대표는 루시드프로모가 '캐릭터로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만 비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캐릭터는 수익 그 자체보다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실천'이라는 창업 이념에 따라 개발한 캐릭터를 통해 일상 속 배려와 나눔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루시드프로모는 올해 '장애인 공감 공모전' 숏폼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캐릭터 콘텐츠의 사회적 공감력과 공공 캠페인 효과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김병수 루시드프로모 대표가 2022년 12월 14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경영혁신대회'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루시드프로모
이 같은 기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루시드프로모는 2021년 한국윤리경영학회에서 포스코와 함께 윤리경영대상을 수상했다. 직원 30여명 규모의 중소기업으로서 제한된 인력과 예산 여건 속에서도 윤리경영을 실천해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2년에는 중소기업경영혁신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4년 연속 지역 사회공헌 인정기업으로도 선정됐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연봉의 1%, 성과급의 10%를 기부하고 있다"며 사회 환원을 내부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