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민기자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한 은행권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지방금융의 경우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회를 열어 미리 인재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지주는 최근 'JB금융 AI 경진대회'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JB금융은 인공지능(AI) 관련 공모전을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JB금융지주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해결책을 제안하는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JB금융은 기술적 완성도를 평가하는 트랙과 사업 아이디어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트랙으로 나눠 경진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JB금융은 사업 목적에 대해 "AI 분야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지방금융 사례를 보면, JB금융 역시 대회 수상팀에 채용 시 우대 등 혜택을 마련해 미리 우수 인재를 선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가 iM금융지주다. iM금융은 디지털 인재 양성 프로그램 'iM Ready, iM Challenger'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WS, 대한변리사회가 후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예선을 거쳐 본선, 파이널 라운드 대회로 진행된다. 파이널 라운드 진출팀은 한 달간 AI·클라우드·빅데이터 관련 전문교육을 받고 iM금융 정보기술(IT) 실무자와 함께 3개월 동안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파이널 라운드 수상자 전원에게는 iM금융지주 계열사(iM뱅크·iM증권 등) 입사 지원 시 서류 및 필기 전형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와 함께 상금(대상 1000만원 등)과 대상·최우수상·우수상 팀에는 미국 소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 본사 견학 기회도 제공된다.
기존 IT·AI 개발자들은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 판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2023년 HR테크 기업 원티드랩이 공개한 '원티드 개발자 리포트'에 따르면, 개발자들에게 강남과 판교 가운데 선호 근무지를 묻는 설문에서 강남을 선택한 비율은 65.4%에 달했다. 판교가 선택지에 포함된 이유는 IT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개발자 거주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서울로 출퇴근할 경우 강남역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성향을 고려하면 지방에 거점을 둔 금융사로서는 기존 경력 개발자보다 미취업 인재를 대상으로 다양한 특전과 혜택을 제공해 조기에 확보하는 전략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시중은행들은 지방금융보다 앞서 AI 관련 대회뿐 아니라 전문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022년부터 매년 'IT's Your Life 해커톤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SW)와 AI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수료한 학생들이 금융 IT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수상팀 전원에게는 상장과 상금이 수여된다. 신한은행도 2023년부터 채용 연계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삼성청년SW·AI아카데미 교육생 가운데 기획서 심사를 통과한 팀이 경쟁에 참여하며, 참가자들은 신한은행 대학생 전용 모바일 플랫폼 '헤이영 캠퍼스'의 신규 서비스를 직접 구현하기 위해 현직 개발자 멘토링을 받는다. 신한은행은 수상팀 전원에게 상장과 시상품을 수여하고, 디지털·ICT 수시 채용에서 1차 면접 및 서류 심사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금융지주는 계열사를 통해 금융권 맞춤형 인재를 직접 양성하고 있다. 2023년부터 그룹 내 IT 솔루션 전문기업 우리FIS에서 'FIS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교육 과정은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I 엔지니어링,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등 3개 트랙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960시간 동안 진행된다. 현직 전문가 멘토링과 실제 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계열사 채용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농협은행 역시 올해 AI 관련 아이디어 경진대회인 'NH AI 아이디어 챌린지'를 진행했다.
금융권의 AI 인재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채용에서 AI 전공자 등을 선발해 'AI 전담 애자일 조직'을 신설했다. 국민은행도 2018년 수립한 '2025년까지 디지털 인력 4000명 증원' 목표에 맞춰 IT 및 플랫폼 개발 직무를 별도로 구분해 채용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2027년까지 자체 데이터 전문 인력을 3000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