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한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국가 경제에서 원유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 B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금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 큰 유조선이다. 사실 지금까지 나포한 것 중 가장 큰 유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며 추가 조치를 암시했지만 유조선과 선주 신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추후 더 설명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익명의 소식통은 WP에 "미국이 어떤 법적 근거를 사용해 나포했는지에 따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상당한 재정적 충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올해 원유 수출량은 하루 약 90만배럴에 달한다. 주요 수입국은 중국과 미국이다.
이번 조치는 양국 간 무력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군사적 압박과 석유 수출길 차단을 비롯한 경제 제재를 병행해왔다.
최근에는 무력 공격 수위를 높였다. 베네수엘라 연안 인근에서 '마약 운반선'이라고 판단한 선박을 공격해 최소 83명을 숨지게 했다. 지난 2일 내각회의에서는 "우리는 이런 공습을 지상에서도 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군사 작전의 본토 확대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조처는 마약 카르텔뿐 아니라 마두로 정권 축출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대한 질의에 "그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