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조원 어치 금 주인은 국민' 난데없는 법 개정…'금 팔아 빚 갚으려고? 안돼'

이탈리아, 금 주인 국민 명시한 법 개정 추진
유럽중앙은행, 금 재정 지출 우려해 반대
세계 3위 보유량…시장 풀리면 영향 커

이탈리아가 금(金)의 주인을 국민으로 명시한 법 개정을 추진하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탈리아는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금을 보유한 국가다. 연합뉴스는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을 인용해 "ECB는 이탈리아 은행의 금 보유고가 이탈리아 국민에 속한다고 명시한 법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가 금의 주인을 국민으로 명시한 법 개정을 추진하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반대하고 나섰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이탈리아 여당은 '중앙은행의 금이 국민이 속한다'고 명시한 예산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ECB가 예산법 개정에 민감한 것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이탈리아의 금 보유고가 재정 지출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은 2452t으로 3000억달러(약 425조원) 규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8133t), 독일 분데스방크(3351t)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만약 이탈리아가 보유한 막대한 양의 금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 세계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ECB가 제동을 건 것이다.

금 보유량이 많은 이탈리아에서는 3조 5000억유로(약 5790조원)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해 금을 매각하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다만 이탈리아는 영국, 스페인 등과 달리 금융 위기 국면에서도 금을 팔지 않았으며, 지난 2008년 국가 부도 위기 때도 금을 매각하지 않는 뚝심을 보였다.

과거 살바토레 로시 전 이탈리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자신의 저서 '오로(Oro·금)'에서 "금은 집안의 은 식기, 할아버지의 귀한 시계 같은 것"이라며 "국가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흔들릴 때 어떤 위기에서든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 여당이 추진 중인 예산법 개정안에 대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협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밀라노에 위치한 이탈리아 중앙은행인 이탈리아 은행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금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정부의 기조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의 금 보유고는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라 관리해야 하며, EU 규정에 따라 금을 정부 지출 재원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ECB는 "개정안 초안에 '중앙은행의 금이 국민이 속한다'는 조항의 취지에 대한 설명이나 메모가 첨부되지 않았다"며 "이탈리아 당국이 금 보유고의 법적 소유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탈리아 당국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호하는 EU 규정을 무력화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슈&트렌드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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