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스페셜티 R&D 지원 '당근책'…품목군 지원방향 제시할듯

범용 감축·스페셜티 전환 '투트랙' 사업재편
기술경쟁력 필요 분야 우선 검토

정부가 석유화학 사업재편 핵심을 범용 제품 감축과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으로 설정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공개될 '화학산업 연구개발(R&D) 로드맵'은 스페셜티 기술을 중심으로 개발 방향이 제시될 전망이다.

이번 로드맵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스페셜티 전환'을 선언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가 특정 품목군을 중심으로 지원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친환경·바이오 기반 소재, 고기능 화학소재, 전지·반도체용 소재, 촉매·공정 혁신 기술 등 기술경쟁력이 필요한 분야가 우선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품질 인증 장벽을 세울 수 있거나 해외 대체 공급처가 부족한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로드맵에서 방향성이 제시되면 각 사는 신규 기술 개발이나 생산 설비 증축 등을 제안할 수 있다.

스페셜티 제품은 만들기가 까다로워 경쟁이 낮고 수익성은 높다. 생산성이 높아 석유화학설비 운영에도 효율적이다. 업계에서는 시황과 무관하게 가동률이 유지되는 라인의 대부분이 스페셜티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정부에 에틸렌 감축에 대한 반대급부로 스페셜티 제품 R&D 지원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국내 석화사들은 이미 스페셜티 중심 전략으로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범용 제품 출하량은 최근 국내 통계에서 부진을 보이는 반면, 고기능 폴리머나 특수 고무, 케이블용 절연재 등 수요가 견고한 스페셜티 분야는 기업들이 집중하는 라인이다.

LG화학 반도체 세정용 '이소프로필 알코올(C3-IPA)' 생산라인은 올해 가동률 100%를 유지 중이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부에서 폴리카보네이트(PC)는 3년 연속 96~97%대 가동률을 유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고부가 합성고무인 '용액 중합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SBR)'와 '에틸렌-프로필렌-디엔 모노머 고무(EPDM)' 생산에 집중해오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400㎸급 케이블용 '가교 폴리에틸렌(XLPE)'을 국산화했다. 올해 실적 방어에도 전선·케이블용 고기능 컴파운드 등 스페셜티 소재가 핵심 역할을 했다. XLPE 등 케이블 절연 소재는 인증·규격 요건이 까다로워 기술 기반 시장 진입이 쉽지 않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연계돼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국제 시장에서도 스페셜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그랜드뷰 리서치 등 조사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스페셜티 화학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9790억달러(약 1300조원)이고 2030년까지 연평균 약 5% 성장해 약 1조300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정부 R&D 로드맵은 업계 전반의 투자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범용 제품과 스페셜티 제품 간 실적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로드맵이 제시하는 우선 분야에 맞춰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 계획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IT부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산업IT부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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