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의약품 분야에까지 무역장벽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관세율이 25% 수준만 적용돼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미 수출이 66%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이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 회관에서 열린 '2025 KPBMA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연자로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태원 기자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 회관에서 열린 '2025 KPBMA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관세 부과 시나리오와 이에 따른 수출 영향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 정책의 핵심 위험요소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짚었다. 과거 미국은 중국 등 여러 국가에 관세 조처를 하면서도, 제약·바이오 분야만큼은 3% 미만 혹은 0% 수준의 관세를 유지해 온 바 있다. 하지만 이제 관세 부과 우려를 외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올해 4월1일 자로 미국 상무부가 제약 및 원료 의약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절차를 개시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조치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안보를 명분으로 고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관세율에 대해선 25% 수준만으로도 우려할만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한 관세율 25% 시나리오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43억1600만달러(약 6조3704억원)였던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14억6200만달러(약 2조1579억원)로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수출액 대비 약 66.1%가 감소한 수치로, 약 28억5400만 달러(약 4조2125억원)의 수출길이 막히는 셈이다.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더라도 낙관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김 위원은 "우리가 협상을 통해 관세 피해를 약 18억 달러(약 2조6600억원) 정도 줄일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2024년 대비 대미 수출 총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의약품 관세 관련 대미 협상에서 미국과 한국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트럼프 정부에겐 협력을 통해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며 "미국 내 의약품 부족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논리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만성적인 필수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원료의약품(API) 공급망 문제에서 기인한다"며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API 공급처로서 미국의 보건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