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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6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SC25행사에 깜짝 등장해 관람객에게 나눠 줄 컵에 사인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AI) '버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오히려 사업 영역 확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19일 예정된 실적 발표를 앞두고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깜짝 행보를 보이며 리더십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 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시작된 SC25 행사장에 나타났다. 예고되지 않았던 방문이었다. 그는 엔비디아의 부스에서 관람객에게 직접 사인한 컵을 나눠줬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판매하는 대만 기가바이트 부스에는 자신이 다녀갔다는 사인을 남겼다.
이상문 기가바이트 전무는 "황 CEO가 방문해 놀랐다"고 했다. 슈퍼컴퓨터 행사인 SC25에서도 엔비디아의 부스는 단연 인기다. 최근 대부분의 슈퍼컴퓨터는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구축된다. 과거 크레이, SGI 등 슈퍼컴퓨터 회사의 브랜드가 중요했다면, 현재는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했느냐가 성능을 좌우한다.
엔비디아가 지난해와 올해 SC25 행사를 더욱 챙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해 SC24에서는 황 CEO와 이언 벅 엔비디아 부사장이 영상 메시지로만 등장했지만 올해는 두 사람 모두 현장을 방문했고 갈라 파티를 즐겼다.
이언 벅 엔비디아 부사장이 엔비디아 GPU와 양자컴퓨터의 연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엔비디아는 행사장 주변 호텔을 빌려 기술리더십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쿠다'의 창시자인 벅 부사장이 무대에 등장해 차세대 양자 GPU 통합 기술인 NVQ링크(NVQLink)의 실제 구현 사례를 소개했다. NVQ링크는 양자처리장치(QPU)와 GPU 가속 컴퓨팅을 마이크로초(μs) 단위 지연으로 연결하는 개방형 인터커넥트 아키텍처다. 엔비디아는 GPU를 연결하는 NV링크로 경쟁사를 압도한 데 이어 양자컴퓨터와의 연결을 통한 선점 효과를 노린다. 이를 통해 GPU·중앙처리장치(CPU)·QPU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 엔비디아의 목표다.
벅 부사장은 "양자 프로세서인 QPU를 GPU 기반 슈퍼컴퓨터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다. QPU의 복잡한 신호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위한 새로운 아키텍처를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자 프로세서는 모든 워크로드를 수행하진 않지만, 계산의 일부에서 핵심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한국과학정보기술연구원(KISTI)을 포함해 20개 이상의 유명 슈퍼컴퓨터 센터가 NVQ링크 도입을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KISTI는 엔비디아의 GPU로 구성되는 국가슈퍼컴 6호기에 아이온큐의 '템포' 양자컴퓨터를 연동할 계획이다. 이 역할을 NVQ링크가 맡는다. 이식 KISTI 원장은 "SC25를 계기로 엔비디아와 만나 슈퍼컴과 양자컴퓨터의 연결을 위해 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KISTI의 NVQ링크 도입은 이미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열린 개발자콘퍼런스(GTC)와 황 CEO의 한국 방문 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도 포함됐다.
NVQ링크를 활용한 실시간 양자 오류 수정 실증도 소개됐다. 양자컴퓨터 기업 퀀티넘(Quantinuum)은 최신 QPU '헬리오스(Helios)'가 엔비디아 GPU와 NVQ링크로 통합돼 확장형 실시간 오류 수정 디코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번 SC25에서 과학·공학 연구를 위한 신규 오픈 모델군 '아폴로(Apollo)'도 공개했다. 아폴로는 항공·재료·기후·기계공학 등 복잡한 물리 시뮬레이션을 학습한 산업별 특화 AI 모델 패밀리다. 기존 슈퍼컴퓨터 기반 계산이 수 시간 이상 걸리던 문제를 수초 단위 예측 모델로 바꿔주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벅 부사장은 과학·공학 연구를 위한 신규 오픈 모델군 '아폴로(Apollo)'도 공개했다. 아폴로는 항공·재료·기후·기계공학 등 복잡한 물리 시뮬레이션을 학습한 산업별 특화 AI 모델 패밀리다. 기존 슈퍼컴퓨터 기반 계산이 수 시간 이상 걸리던 문제를 수초 단위 예측 모델로 바꿔주는 것이 특징이다.
엔비디아는 "전통적인 HPC 계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연구·산업의 개발 속도를 대폭 올린다"고 설명했다. 아폴로는 연구기관과 산업 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엔비디아는 기후 및 날씨 예측을 위한 차세대 디지털트윈 플랫폼 '어스2'도 선보였다. 어스2는 AI와 GPU 가속 시뮬레이션, 고해상도 물리 모델링, 대규모 데이터 시각화 기술을 통합해 지구 규모의 기후·기상 현상을 ㎞ 단위 해상도로 실시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슈퍼컴퓨팅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NVQ링크, 실증까지 제시하면서 양자컴퓨터·고전컴퓨터의 하이브리드 시장 주도권을 사실상 선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