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리더십 키우고 싶다면 타인과 눈 마주쳐라

책 '리더십의 뇌과학'
타인과의 교류 능력 타고나지만
학습 통해 능력 키울 수 있어

구글 '프로젝트 산소'로 증명
관리자 사회적 역량 육성 프로그램
강한 유대감 갖거나 서로 협력할 때
'뇌의 동기화' 조직목표 달성 가능
'눈 맞춤' 통해 리더십 높아져

지금부터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자. 집게손가락을 빠르게 다섯 번 튕긴 뒤, 이마에 대문자 'E'를 그려보자. 그 글자를 확인했을 때, 상대방이 봤을 때 정방향으로 읽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타인의 관점을 잘 고려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자신이 봤을 때는 정방향이지만, 남이 보면 거꾸로 보인다면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의 시선에는 관심이 적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은 권력을 쥐면 대체로 독선적인 태도를 보이고, 타인의 입장을 무시하기 쉽다. 그 결과 어렵게 쌓은 성과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의과대학 신경과학과, 심리학과, 와튼스쿨 마케팅학과 교수인 저자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연령, 성별, 초기 건강 상태, 심지어 사망 원인이 무엇이든 좀 더 강력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참가자의 생존 가능성이 50%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건강한 사회적 관계는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의 위험을 낮추며, 그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고 부연한다.

타인과 교류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어느 정도 그렇다. '사회적 뇌 연결망'은 유전적 영향이 크며, 자폐증이나 조현병 환자처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이 연결망의 구조가 다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최근 연구들은 타고난 성향도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원숭이들이 다른 개체들과 함께 지낼 때 사회적 뇌 연결망이 커지고, 그 안의 연결 고리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트머스대 탈리아 휘틀리 교수는 두 사람을 MRI에 누인 채 대화를 나누게 한 실험에서, 서로의 뇌가 동시에 반응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는 이를 '슈퍼 브레인' '우버 마인드'라 불렀다.

저자는 말한다. "리더십은 운이 좋은 소수의 사람만이 갖고 태어나는 능력이다. 리더는 인간관계를 맺는 기술을 타고난 사람이자 뛰어난 협상가, 민첩한 전략가,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와 의견을 추구하는 탐구자다. 하지만 리더십을 타고나지 못한 많은 사람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구글이 산소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했듯이 이런 능력 또한 얼마든지 갈고닦을 수 있다."

구글의 '프로젝트 산소'가 이를 증명했다. 2008년 구글은 관리자의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관리자의 자질을 여덟 가지로 나눠 개별적으로 훈련시킨 결과 큰 효과를 얻었다.

조직은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집단이다. 이해, 공감, 라포, 협력을 기반으로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책에서는 이런 현상을 '뇌의 동기화'로 표현한다.

"사람들이 서로 강한 유대감을 갖거나 업무를 위해 서로 협력할 때 뇌가 동기화된다. 다시 말해서 신경 활동 패턴이 결정된다. (중략) 동기화는 좀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이해를 증진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모든 요인이 팀의 화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뇌의 동기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책이 제시하는 방법 중 하나는 '눈 맞춤'이다. 뉴욕고교의 한 실험에서는 수업 시작 전 학생들이 서로 2분간 눈을 마주쳤을 때 뇌 동기화가 활발히 일어났다. 2019년 일본 생리학연구소가 fMRI를 이용해 이를 촬영한 결과, 소뇌와 거울 뉴런 체계가 동시에 반응하는 것이 확인됐다.

다만 화상회의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해상도나 조명 변화 탓에 미세한 표정과 동공 변화를 제대로 읽을 수 없었고, 참가자들은 오히려 피로를 느꼈다.

저자는 "화상전화보다는 오히려 일반전화가 낫다"며 "왜곡된 시각 정보를 해석하느라 드는 정신적 부담이 줄어든다"고 조언한다.

리더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팔로워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메시지는 단순하고 오해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통계나 정보보다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또한 미래형 표현보다 현재형, 그리고 이인칭 대명사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챕터별로 내용을 잘게 나눠 읽기 쉽게 구성돼 있다. 다만 애플 이용자 충성도가 삼성 이용자보다 높다는 대목에서 "애플 고객들은 다양한 제품, 애플리케이션(앱), 매장, 마케팅 메시지, 웹사이트를 통해 일관된 경험을 한다"고 설명했는데 그건 삼성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라 충성도 차이의 근거로는 빈약해 보인다.

리더십의 뇌과학 | 마이클 L. 플랫 지음 | 김현정 옮김 | 현대지성 | 264쪽 | 1만6900원

문화스포츠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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