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제2기 집권 이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첫 방문지인 말레이시아에서 1박 2일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일본으로 향했다. 외교 무대 첫 시험대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행보에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일본 정부는 도쿄 시내 경비 태세를 강화하는 등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 도착, 오는 28일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첫 미·일 정상회담에서 무역 긴장 완화를 위해 미국산 포드 트럭 구매와 함께 대두,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검토하는 한편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직계 제자'임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AP통신 등은 관측했다.
통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포드의 'F-150' 트럭 구매를 전략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볼 수 있는 장소에 포드 트럭을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국토교통성이 도로 및 인프라 점검용으로 트럭을 도입하는 방안도 살피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비행 중일 때 전화 통화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이 아베 전 총리의 제자임을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휴전 중재로 인질 송환을 끌어낸 데 대해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의 방일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맞아 도쿄 시내 경비도 삼엄해졌다. 닛케이에 따르면 도쿄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체류하는 29일까지 최대 1만8000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된다. 이는 경시청 전체 경찰력의 약 40%로,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방일 당시와 맞먹는 규모다.
고속도로와 도심 주요 도로 일부 구간에는 교통 통제가 시행되며 오전 9시경 도쿄 아카사카 주일 미국대사관 인근에서는 경찰이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차단벽을 설치했다. 국회의사당 주변에는 '경비 강화' 안내 표지가 설치됐다. 닛케이는 "작년 미 대선 유세 시절 트럼프 대통령 피격 사건을 계기로 일본 경찰 역시 감시 대응을 강화했다"며 "도쿄역 등 주요 역사는 잠재적 테러 표적으로 간주돼 엄중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일정을 마친 후인 29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에 입국, 이재명 대통령과 대좌한 뒤 30일 부산에서 이번 순방의 '메인이벤트'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6년여 만의 미·중 정상회담에 임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쿠알라룸푸르에서 태국-캄보디아 휴전 협정식 주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회담, 미국-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회담 등 바쁜 일정을 하루 동안에 소화했다. 또 말레이시아와 무역협정·핵심 광물 협력 협정, 캄보디아와 무역 협정, 태국과 핵심 광물 협력 협정을 각각 체결하고 베트남과는 무역 협상의 큰 틀에서 합의하는 등 여러 성과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