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폭염 규칙 위반 3곳 중 2곳 '50인 미만'… 기본 의무 외면

711개 사업장, 794건 적발
건설·제조업만 75% 차지
안전 불감증 실태 확인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폭염 안전보건 규칙 위반 점검·감독에 나선 가운데 적발된 3곳 중 2곳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온습도계 비치, 체감온도 기록 등 기본적인 안전 조치조차 지키지 않았다.

10일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17일부터 8월31일까지 711개 사업장에서 794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470곳으로 전체의 66.1%를 차지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업이 276곳(38.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조업 261곳(36.7%), 농림업 59곳(8.2%), 운수창고업 46곳(6.4%), 시설관리업 28곳(3.9%), 도소매업 27곳(3.7%) 등이 뒤를 이었다.

위반 유형을 보면 습도계 비치·교육·체감온도 기록 등 기본적인 조치 미이행이 604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체감온도 측정 위반 45건, 휴식부여 위반 41건, 음료수·소금 비치 위반 37건, 폭염 시 보건 조치 미이행 35건, 그늘막 등 휴식 공간 미제공 31건, 119 신고 체계 미비 1건 등의 순이었다.

이번 적발 사례는 노동자들의 실질적 안전 확보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 종류나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는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휴게시설을 갖추지 않은 경우 1500만원 이하, 크기·위치·온도·조명 등 설치·관리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점검 담당 공무원은 722명에 불과해 행정적 역량과 점검 범위의 한계도 고려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현장 안착을 위해 폭염 고위험 사업장 4000여곳을 중심으로 불시 지도·점검에 나섰다. 개정안은 폭염 상황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가 해야 할 보건 조치를 명문화했다. 5대 기본 수칙은 ▲시원한 물 ▲냉방장치 ▲휴식(2시간마다 20분 이상) ▲보랭 장구 지급 ▲119 신고 등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산업 현장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의 실태를 드러냈다"며 "중소기업일수록 기초적인 안전 질서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관행이 이번 점검에서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폭염 규칙이 현장에서 확고한 규범화가 돼야 한다"며 "사업주는 이를 기본적인 의무로,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로 인식하는 등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부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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