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슬기자
개그맨 전유성. 가족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유성 선배한테 '형 우리도 곧 갈 거야' '형이 조금 먼저 가는 거야' 했더니 '그래 거기서 만나자 우리' 그러더라고요."
김학래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은 25일 아시아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그맨 전유성은 폐 수술 이후 건강 악화로 현재 전북대학교병원에 입원해있다. 매우 위독한 상태다. 그는 "지금 협회에서 전유성 선배의 장례 관련 논의를 마치고 나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전유성은 지난 6월 기흉 시술을 받았다.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급히 병원에 입원했고, 지난달 참석 예정이던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도 불참했다. 김학래는 "심각하다. 10분 후에 돌아가실지, 몇 분 후에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숨만 쉬고 계시는데 너무 힘들게 호흡하고 있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지만, 그것조차 힘들어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폐를 몇 차례 절제해 정상인의 20% 정도밖에 숨을 쉴 수 없는 상태"라며 "그런데도 애드리브를 치고 농담을 하려는 모습에 짠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님께서 직접 장례를 진두지휘하고 계신다"고 했다. 전유성은 생전에 장례를 '희극인장'으로 해달라고 요청했고, 장지 역시 지리산 인근 수목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래는 "수목장 허가가 어려우면 일단 남원에 모신 뒤 기회가 되면 수목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빈소는 서울에서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는 "전북대병원에서 돌아가시면 서울 아산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쪽으로 모시는 걸 논의 중"이라며 "조문객들이 접근하기 편리해야 하고 병실 여건이 허락해야 하는 만큼 최종 결정은 유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그맨 전유성. 조혜련 인스타그램 화면캡처
코미디계도 전유성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김학래는 "우리가 지방에 있으니 직접 내려오기 힘든 후배들을 위해 모바일 영상 메시지를 받아 편집해 전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발인 때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원대 코미디학과 제자들을 비롯해 제자와 후배들도 병문안 다녀가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딸에게 '전화해봐라' 해서 불러들였다"며 "이봉원, 최양락 등 많은 후배가 다녀갔다"고 전했다.
전유성을 "개그계의 귀인"이라 표현했다. 그는 "누워 계신 상황에서조차 '희극인장으로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숨이 넘어가는 상황에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라며 "죽어가면서도 후배들과 협회를 생각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귀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전유성은 1969년 TBC '쑈쑈쑈' 방송 작가로 데뷔한 뒤 무대와 방송을 오가며 큰 사랑을 받았다. 서라벌예고와 서라벌예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개그맨'이라는 명칭을 처음 도입해 전문성과 자긍심을 가진 신세대 웃음꾼의 위상을 정립했다. 코미디를 하나의 문화예술 장르로 인식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KBS '개그콘서트'의 출범과 정착에 기여하며 한국 코미디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김학래는 "선배님의 가장 큰 가르침은 '미리 준비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장례까지 본인 뜻대로 준비하셨다. 보통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철학을 우리 후배들이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