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홀딩스 전현직 이사 주주대표소송 당해

1830억 원 자녀 회사 지원 의혹
이사회, 경영판단 원칙 주장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자회사 자금 1830억 원을 동원해 두 딸이 소유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를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주주 대표소송을 당했다. 소액주주 측은 정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우호 지분 확보 목적의 거래라며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주장하는 반면, 회사 측은 정상적인 경영 판단의 일환이었다는 입장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HL홀딩스 로고

소액주주 측과 소장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2022년 이뤄진 대규모 자금 이동을 문제 삼고 있다. 우선 HL홀딩스는 자회사인 HL위코에 유상증자 및 대여 방식으로 1830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2022년 HL홀딩스 당기순이익(약 25억 원)의 73배에 달하는 규모다. HL위코는 이 자금을 다시 사모펀드에 출자했다. 이 펀드의 운용에는 '로터스PE'가 참여했다. 당시 설립 1년 차, 자본금 5억 원의 신생 회사로 정 회장의 두 딸(지연·지수 씨)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 측은 이 거래의 목적이 정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라고 주장한다. 정 회장의 딸들은 이 사업 이후 HL홀딩스 지분 3.24%(100억 원 이상)를 매입했다. 정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0.31%로 높아졌다. HL홀딩스는 국민연금 등 다른 기관투자자 지분율이 25.99%에 달해, 정 회장의 지배력이 절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HL홀딩스 측은 유망 분야였던 2차 전지에 투자했다는 입장으로 경영판단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선의의 결정이었으므로, 예측 못한 손실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HL홀딩스 관계자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실 확정은 아니"라며 "2차 전지 시장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터스PE와 진행한 다른 몇 가지 사업은 성과가 좋았다"며 회사에 손실을 끼칠 목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 측 김종화(변호사시험 11회)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회장 자녀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회사 기회 유용'이자 이해충돌 상황이라며 "개정 상법에 따른 주주 충실의무를 해태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해충돌이라고 판단되면 경영판단 원칙도 적용이 배제된다"고 주장했다.박성동 법률신문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