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참의원 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총리직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신화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사임 발표를 하면서 정치 리스크가 엔화와 장기 국채의 동반 약세를 이끌 것이란 관측이 대두됐다. 다만 후임 총리의 성향에 따라 현재 상승세인 일본 증시가 추가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일본 장기물 국채 금리 일제히 오름세다. 2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3.5bp(1bp=0.01%포인트) 오른 2.675%, 30년물 금리는 3.8bp 상승한 3.269%를 기록 중이다. 미국 정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중장기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장기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은 곧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마르첼 알렉산드로비치 솔트마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시장의 관심은 국채 금리(수익률)에 집중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현상으로, 프랑스 사례에서 보듯 재정정책 불확실성과 높은 국가부채는 치명적인 조합"이라고 경고했다.
엔화도 약세 기조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기준 전장 대비 0.76% 오른 148.5엔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엔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크리스 웨스턴 페퍼스톤그룹 리서치 총괄은 "엔화를 보유하려는 투자자가 점점 더 줄고 있다"며 "아시아 전역에서 엔화 약세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환율의 경우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들의 기조가 더 중요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삭티안디 수파트 말레이안은행 글로벌마켓 외환리서치전략 지역 헤드는 "이시바 총리의 사임은 단기적으로 엔화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고 채권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엔·달러 환율의 지속적 방향성은 일본 정치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일본은행(BOJ)의 정책 차이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일본 증시 방향성도 불투명해지면서 총리 인선이 확정될 때까지 투자자들이 투자를 미루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지난달 글로벌 증시와 동반 상승세를 보이며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지수는 이날 4만3451.07로 상승 출발한 후 1%대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여성 아베'라고 불릴 정도로 강성 우파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은 확대 재정 정책을 지향하는 성향으로 인해 당선 시 일본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은 현재 차기 총리 후보군 중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그 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 등도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케다 다카마사 GCI 에셋매니지먼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그(이시바)의 사임을 선반영했다"며 "이제 관건은 후임으로 다카이치가 후임이 된다면 정부 지출 확대를 원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