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시위를 왜 가우디 성당에…페인트 테러했다가 뭇매 맞은 환경단체

환경운동가, 성당 기둥에 페인트 뿌려 체포
스페인 산불 분노 표출…정부 기후 대응 비판

스페인 환경운동가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 기둥에 페인트를 뿌리는 방식으로 시위에 나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들은 범행 직후 곧 경찰에 체포됐으며, 해당 장면은 단체가 영상으로 촬영해 자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려 논란을 자처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페인트 뿌린 환경운동가들. '미래 식물' SNS

지난달 31일 연합뉴스는 AFP 통신을 인용해 '미래 식물'이란 이름의 단체 활동가 2명이 이날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외부 기둥 하단에 빨간색과 검은색 페인트를 뿌리고 "기후 정의"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해당 범행에 대해 이번 여름 스페인의 광범위한 지역이 산불로 황폐화한 데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불 진압 과정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산불정보 시스템(EFFIS)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스페인에서는 산불로 4명이 사망하고 약 35만㏊(헥타르)의 면적이 소실됐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산불을 "근래 들어 국가가 목격한 가장 큰 환경 재앙 중 하나"라고 규정하며 기후 변화와 연관성을 인정했다. 다행히 30일 기준 산불 긴급 상황은 종료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시위에 나선 단체는 2022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스페인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 액자에 운동가들 손을 접착제로 붙이는 등 그간 수십 차례 유사한 항의성 시위를 벌여왔다. 단체가 이번에 공격 대상으로 삼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바르셀로나의 대표 관광 명소로, 1882년 착공한 이래 100년 넘게 공사 중이다. 착공 144년 만이자 가우디 사망 100주기가 되는 내년에 172.5m에 달하는 성당의 중앙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끝으로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점점 과격해지는 기후 시위의 딜레마

일부 기후 활동가들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이나 건축물이 위협받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예술 작품을 보존하는 것처럼 지구와 환경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으깬 감자나 토마토수프처럼 명화 복원에 치명적이지 않은 음식물을 사용하며, 그림 액자나 조각상 받침대 등 작품의 주변부에만 해를 입힐 뿐 작품 자체를 훼손하는 건 아니라고 항변한다. 또한, 무차별적으로 명화를 훼손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엄선한다고도 밝혔다.

일부 기후 활동가들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이나 건축물이 위협받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예술 작품을 보존하는 것처럼 지구와 환경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SNS

반대로 이런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에 미술계는 격분하고 있다. 대의가 아무리 좋더라도 인류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에 훼손을 가하는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작품은 기후와 '함께'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지, 예술을 인질로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박한다. 시위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여론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은 언뜻 '극단적 상식'처럼 보이지만, '몰상식한 극단'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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