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동우기자
세종=이은주기자
7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5개월 만에 모두 늘어난 이른바 '트리플 증가'를 기록했다. 소매판매가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가전제품 환급사업, 통신기기 신제품 출시 등 정책과 시장 요인에 힘입어 2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소비 주도로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건설 경기 부진과 일부 업종 편중 성장은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0.2%, 광공업은 0.3% 늘었다. 광공업에선 전자부품(20.9%), 기계장비(6.5%)가 증가세를 주도했지만, 자동차(-7.3%)는 업계 하계휴가와 부분 파업 여파로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9% 늘었다. 반도체(20.5%)와 기타운송장비(30.0%)가 성장을 뒷받침했다.
실제 같은 기간 제조업 재고는 반도체, 1차 금속 등에서 줄며 전월 대비 1.7%, 전년 동월 대비 6.8% 감소했다. 제조업 출하는 전월 대비 1.1% 줄었으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4.0% 증가했다. 7월 제조업 재고/출하 비율(재고율)은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101.7%로 2022년 5월(101.3%) 이후 3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고가 감소하고 출하가 늘어나 재고율이 하락하는 양상은 물건이 많이 팔려 더 많이 생산해 내보낸다는 의미여서 경기 호조 국면으로 해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2023년 크게 쌓였던 반도체의 현재 재고율이 역대 1위로 낮은 수준"이라며 "악성 재고로 쌓였던 부분을 처리하면서 수출 측면에서 약간 회복 국면을 보인다"고 말했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5% 증가해 2023년 2월(6.1%) 이후 29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내구재(5.4%), 준내구재(2.7%), 비내구재(1.1%)가 모두 늘어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2.4% 늘어나며 2022년 1월(5.3%) 이후 42개월 만의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신기기·컴퓨터는 16.8%, 가전제품은 6.6% 늘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통신기기 신제품 출시와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소비쿠폰 지급 효과가 결합해 전월 대비·전년 동월 대비 모두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며 "소비쿠폰 영향은 소매판매뿐 아니라 서비스업 생산에도 반영돼 도소매, 예술·스포츠·여가, 개인 서비스업 등에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실제 업태별로 보면 전년 동월 대비 면세점(-20.5%)과 슈퍼마켓·잡화점(-2.4%)은 감소했지만, 승용차·연료 소매점(7.1%), 무점포소매(4.6%) 등은 늘었다. 소비 회복세가 특정 품목을 넘어 확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음식료품·의약품 수요 증가도 비내구재 판매를 끌어올렸고, 의복과 오락·스포츠용품 등이 포함된 준내구재도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18.1%), 기계류(3.7%) 증가에 힘입어 전월 대비 7.9% 늘었다. 이는 지난 2월(21.3%)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반등이다. 다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운송장비(-16.5%) 부진으로 전체 5.4% 감소했다. 국내 기계수주는 공공(-86.9%)·민간(-24.4%) 모두 줄며 전년 동월 대비 40% 급감해, 향후 설비투자 확대 흐름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기성 투자는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 건설기성은 토목(10.1%) 실적이 늘었음에도 건축(-4.8%)이 부진해 전월 대비 1.0% 줄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건축(-16.4%), 토목(-6.4%) 모두 감소해 전체적으로 14.2% 감소했다. 건설수주 경상액은 주택 건축(45.7%) 증가로 전년 동월 대비 22.4% 늘었지만 토목(-14.6%) 부진이 뚜렷하다.
경기 선행·동행지표는 경기 회복 기대와 불안 요소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내수출하지수, 수입액 감소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코스피, 장단기금리차 확대 영향으로 0.5포인트 상승했다.
일각에선 소비 증가세가 경기 회복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상승이 일시적 정책효과에 의한 것인지, 구조적 회복의 시작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와 건설이 동반 회복하지 않을 경우 소비만으로 경기 회복을 장기간 이어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심의관은 "소비쿠폰 효과는 8월, 9월에도 이어질 수 있지만 이후에도 소비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