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 중에서 KB금융지주와 신한지주가 사업다각화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 정부가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만큼, 은행 의존도를 줄이고 비은행 부문에서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금융지주들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사업다각화가 잘된 곳으로 KB금융을 꼽았다. KB금융의 은행 순이익 의존도는 작년 말 기준 55%로 국내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낮았다.
KB금융은 주요 자회사가 업권 내 상위권의 시장 지위를 보유해 은행에 대한 순이익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말 총자산 기준으로 KB금융 자회사 중에 은행은 1위, 신용카드사는 2위, 증권사는 3위, 캐피털 3위, 손해보험 5위 등 다수의 우량 계열사가 순이익을 분산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KB가 2021년 이후 캐피털과 보험 등 여러 자회사에 대한 투자와 구조 개편을 적극적으로 진행한 결과라는 진단이다.
신한지주 역시 KB만큼 사업다각화를 잘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한의 은행 순이익 의존도는 작년 말 기준 78%로 KB보다는 높았지만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신한 역시 보험과 자산운용, 자산신탁을 중심으로 자회사 구조조정과 지분투자를 진행해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 특히 2021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킨 것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은행 순이익 의존도가 각각 89%와 95%로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사업다각화 성과가 부족했다. 하나금융은 선두권 금융그룹 대비 보험 부문의 시장지위가 낮고 은행 부문 순이익 의존도가 높았다. 우리금융 역시 사업다각화를 진행 중이만 우리은행 순이익 의존도가 아직 너무 높았다. 다만 올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분을 취득한 만큼 은행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금융지주는 은행 의존도가 74%로 5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KB 다음으로 낮았다. 다만 그룹 총자산의 약 75%를 차지하는 농협은행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시중은행 대비 수익성이 낮은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BNK금융지주와 iM금융지주 등 지방은행을 핵심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의 경우 은행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다. BNK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 대한 순이익 의존도가 96%에 달했고 iM의 경우 비은행 부문의 적자로 인해 아이엠뱅크에 대한 순이익 의존도가 160%까지 치솟았다.
김경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기간에 은행의 순이자마진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단순 이자이익보다는 증권, 보험, 캐피털 등 비이자이익 확대 수준이 실적 차별화를 만들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