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근교 센강서 시신 4구 발견…동성애 혐오범죄? 20대 용의자 체포

동성애 혐오 의심 범죄, 당국 조사 나서
수사 당국, 20대 남성 용의자 체포

프랑스 파리 도심을 가로지르는 센강에서 최근 남성 4명의 시신이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용의자 남성을 체포해 기소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25일 연합뉴스는 일간 르파리지앵을 인용해 이달 13일 파리 남쪽 슈와지 르 루아 근처 센강에서 시신 4구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파리 도심을 가로지르는 센강에서 최근 남성 4명의 시신이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용의자 남성을 체포해 기소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AFP·연합뉴스

시신을 처음 발견한 이는 센 강 주변을 지나던 열차의 승객이다. 이 승객은 강 위에 떠 있는 시신을 발견 후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당국의 조사 결과 피해자는 48세 프랑스인과 21세 알제리인, 그리고 두 명의 노숙자(21세 알제리인, 26세 튀니지인)로 밝혀졌다. 수사 당국은 피해자들의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수사망을 좁혀가던 중 지난 20일 튀니지 출신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다.

용의자는 피해자 가운데 2명과 평소 친분이 있었고, 이들 피해자의 신용카드와 신분증,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가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으나 여러 정황으로 미뤄 그에게 살인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날 예비 기소했다. 수사 당국은 피해자 중 일부가 동성애자였던 점과 더불어 사건 현장 일대는 남성 동성애자 간 만남이 이뤄지는 장소인 것에 비추어 동성애 혐오에서 비롯된 범죄일 수 있다고 추정하고 범행 동기 조사에 나섰다.

100년 만에 개장한 센강에 쏟아진 비판, 왜?

한편 프랑스 파리시가 지난 7월 초 약 100년 만에 '센강 수영장'을 개장한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알제리인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알제리인에게 센강이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1961년 10월 17일 파리에선 당시 식민 지배받던 알제리인들이 프랑스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가 경찰의 유혈 진압에 최대 200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파리 경찰은 이들 알제리인의 시신 수십구를 센강에 유기했다.

센강 중심부 마리 수로에 문을 연 수영장. 연합뉴스

이 사건은 프랑스 당국의 은폐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사건 발생 51년 만에 사건의 실체를 공식 시인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파리 학살'로 불리는 이 일은 알제리인들에게 여전히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센강 선상 행진으로 진행됐을 때 알제리 선수단은 붉은 장미를 강 위에 뿌리며 희생자를 기렸다. 공교롭게 센강 수영장이 개장한 7월 5일은 알제리가 1962년 프랑스의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날로, 알제리의 최대 국경일이기도 했다. 한 알제리인은 "알제리의 독립기념일인 이날, 파리 시민은 우리 순교자들이 살해된 물에서 수영하는 것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찾지 못했나"라고 꼬집었고, 또 다른 누리꾼은 "파리시가 순교자의 기억을 기리는 날에 센강에서 수영을 허용한 건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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