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Abcdef'로 읽히는 새 정부 전략산업

새 정부의 전략산업은 ‘ABCDEF’로 요약된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바이오(Bio), 콘텐츠(Contents), 방산(Defence), 에너지(Energy), 제조업(Factory) 6개 산업이다. 영리한 작명이고, 훌륭한 타기팅이다. 한눈에 들어오고, 촘촘하게 잘 아울러서다.

이들 산업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집중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새 정부의 경제성장 방안이다.

그런데 초장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AI) 쏠림’ 현상이 심각해서다. AI가 사실상 기반기술이니 이해는 된다. 독립된 산업이라기보다 전기, 인터넷 같은 인프라여서 초기에 기반을 다져야 선점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 직책이 새로 생겼고, '국가AI위원회'라는 조직이 가동 중이며, 정부 주도의 '국가대표AI' 선정 작업까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0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의 맨 앞자리도 당연히 AI가 꿰찼다. AI 관련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은 날개를 달았다. 벤처캐피털(VC) 업계도 이들 기업에만 몰린다. 이러다 보니 새 정부의 전략산업이 ‘ABCDEF’가 아니라 ‘Abcdef’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A만 보인다는 얘기다. VC 업계의 한 CEO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인프라 기술이니, 우리도 AI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 전체가 AI에만 올인하는 게 맞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B(바이오)가 b로 취급받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일찌감치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정부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데, 아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와중에도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사와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 바이오기업들은 세계 유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러브콜을 받는 수준으로 도약했다.

‘C(콘텐츠)가 c로 대접받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지금 K팝, K무비 등은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K콘텐츠가 뜨기 시작한 초기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K콘텐츠가 성공한 이유는? 정부가 간섭(규제)을 안하고 그냥 두어서.” 일부 수긍이 간다. 하지만 콘텐츠산업에 대해선 그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적잖이 투자를 해온 게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팔길이 원칙'을 잘 지켰다는 것이다.

D(방산)·E(에너지)·F(제조업)를 d·e·f라 하는데 대해서도 정부는 억울할 수 있다. 관련 산업의 무역 및 수주 보증과 지원 등에 적잖은 예산을 투입해 속속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ABCDEF는 엄선된 전략산업들이다. 이제 쏠림 없이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선택과 집중). 그래야 정부가 의도한 ABCDEF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또 이렇게 산업이 뒷받침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천명한 코스피 5000 시대도 열린다. 립서비스로 달성한 코스피 3000은 본말 전도다. 말(기업가치)이 마차(주가)를 끌어야지, 마차가 말을 끌 수는 없다. 육두마차라면 6마리 말 모두가 함께 끌도록 독려해야 하지 않을까.

증권자본시장부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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