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버드 스트라이크 공포…가창오리 10년새 20배로

일부 공항, 시설 관리에 AI 기술 접목

충남 서천 금강호 화양면 와초리에서 가창오리 떼가 날아오르고 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1차 원인으로 지목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일본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구 온난화로 가창오리(사진) 개체 수가 10년 새 20배로 늘어난 가운데 일본 관광산업이 되살아나면서 사고 위험도 커졌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내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건수는 2024년 한 해 1647건을 기록해 201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5번째로 높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를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연간 약 1500건을 유지했는데 항공편 회복과 함께 사고 건수도 는 것으로 추정됐다.

버드 스트라이크가 늘어난 배경에는 무리를 지어 사는 가창오리가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가창오리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지만, 환경성이 매년 1월 2주간 실시하는 전국 조사에서는 일본으로 날아온 개체 수가 14만7313마리로 잠정 집계돼 2015년(7458마리)의 20배 이상을 기록했다.

가창오리는 러시아에서 번식해 남하해 일본에서 겨울을 난다. 히구치 히로요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구온난화를 배경으로 지적하며 "시베리아의 얼음이 빨리 녹아 번식이 쉬워지고, 이로 인해 개체 수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작년 1월 시마네현 이즈모 공항 상공에서는 하네다 귀환 편 여객기가 가창오리 10마리 이상과 충돌해 기체 결함으로 결항했다. 실제 가창오리 무리가 이즈모 공항 인근 시인즈 호수 주변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닛케이는 한국 사례도 소개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등 179명이 사망했다며 버드 스트라이크가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고 조사 결과 엔진 부근에서 가창오리 혈액과 깃털이 발견됐다.

이에 따른 대책 일환으로 국토교통성은 올해 '조류 충돌 방지 계획 가이던스'를 개정하면서 '문제 조류' 24종에 가창오리를 추가했다. 아울러 활주로·유도로 감시를 위한 버드 패트롤(새 퇴치반) 설치 및 기피제 살포, 공항 부지 내 잔디 제거 등 서식 억제, 폭죽·공포탄·레이저를 통한 퇴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일부 공항에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했다. 주부 국제공항은 활주로 영상을 AI로 분석해 조류를 검출한다. 중부 국제공항도 작년 9월 시설 관리용 카메라 4대의 영상을 AI로 분석하는 신규 방식을 도입했다.

히구치 명예교수는 "일본에서는 아직 버드 스트라이크가 대형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없어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종·지역·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조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각 공항 주변에서 생태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부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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