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기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OST '골든'(Golden)이 K팝 최초로 세계 양대 차트 정상을 석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11일(현지시간) 골든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노래는 앞서 지난 1일 미국 빌보드와 더불어 세계 양대 차트로 꼽히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로써 싸이(오피셜 싱글 차트 1위), BTS(핫100 1위), 블랙핑크(오피셜 앨범 차트 1위) 등 최정상 K팝 가수도 하나밖에 손에 쥐지 못한 기록을 두 손에 모두 거머쥐게 됐다.
골든은 케데헌 속 가상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공식 활동 곡이다. 곡 제작에는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 가수 오드리 누나와 레이 아미 등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3인이 참여했다. 작·편곡진 역시 다수의 한국계 및 K팝 전문 프로듀서로 구성됐다. 전체 가사의 90% 이상이 영어지만 '어두워진' '영원히 깨질 수 없는' 등 결정적 구간에 한국어를 배치해 K팝 특유의 감성과 정체성을 살렸다. 이 전략이 글로벌 팬층에게 '독특한 매력'과 '문화적 차별성'을 동시에 제공했다는 평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외신들은 이 노래가 '온라인 활동만으로 가상 아이돌이 기록한 첫 세계 양대 차트 1위'란 점에 주목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K팝의 진짜 거물은 BTS가 아닌 넷플릭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상 아이돌이 인간 아이돌이 이루지 못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AI 음원을 비롯해 경계를 허무는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음악 산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는 가상 그룹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스트리밍을 통해 진정성 있는 팬덤 형성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케데헌'의 세계적인 신드롬은 'K팝의 확장성'을 증명한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기존 10대~20대 여성층이 중심이었던 K팝 팬층을 넘어, 이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팬덤의 확장성'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그는 "헌트릭스 멤버들이 투어 일정을 마친 후 세신을 하고 국밥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중목욕탕이 여행 콘텐츠로 주목을 받는 등 관광 콘텐츠의 확장성에도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케데헌' 공개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의 온라인 뮷즈샵 방문자 수는 일일 약 7천명에서 60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한다"며 "이는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을 더 갖게 한 큰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케데헌과 OST의 동반 흥행은 한국 관광·문화에도 직접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영화 속 서울 명소인 남산, 북촌, 한강,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렸고 한국 전통 동물인 호랑이·까치 캐릭터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케데헌의 사례는 K팝이 음악 산업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관광 산업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