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논란 커진 日 '귀칼 시구' '기모노축제'…'시대 바뀌었다' 반론도

'귀멸의 칼날' 흥행 속 프로야구 시구는 취소
광복절 기간 문화 소비 관련 논란 매년 반복

광복절 80주년을 앞두고 일본 문화 소비와 관련한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매년 삼일절과 광복절 기간에는 일제강점기를 상기하며 반일·극일을 외치는 감정과 일본을 북한보다 가까운 이웃 나라라고 친근하게 여기는 감정이 공존하며 일어나는 논란이다. 13일 연합뉴스는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 문화를 즐기는 것과 관련해 각종 논란이 일고 있다고 몇몇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2023년 광복절을 맞아 서울 은평구에서는 독립운동에 사용했던 태극기로 2009년 진관사 보수 중에 발견되어 '진관사 태극기'로 불리는 태극기와 일반 태극기를 관내 주요 도로에 함께 걸었다. 허영한 기자

먼저, 지난 7일 프로야구단 LG 트윈스는 한화 이글스와의 9일 경기에서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주인공 '탄지로'와 '네즈코'를 시구자로 초청하는 행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귀멸의 칼날'은 일본 제국주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주인공의 귀걸이 문양이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당 주인공이 시구한다는 소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귀칼 애니가 구단 마케팅에 도움 될 수준으로 대중성이 높은 것도 아닌데 리스크를 안고 가면서까지 꼭 시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외에도 많은 비판이 나오자 결국 LG 트윈스는 이 시구를 취소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해당 논란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주로 광복절 당일도 아닌데 이런 행사를 취소하는 것 자체가 현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누리꾼의 시선이 엇갈리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삼일절과 광복절만 되면 이런 걸 금지하는 게 참 모순"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이에 대해 "그런 날이라도 안 챙기면 언제 챙기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광복절 당일 일본 전통 축제 강행에 비판 이어져

이외에도 경기도 동두천의 일본 테마 마을 '니지모리 스튜디오'가 광복절을 포함한 기간(7월 26일~8월 17일)에 일본 전통 여름 축제 '나츠마츠리'를 개최해 논란에 휩싸였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해당 행사를 두고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주권을 회복한 광복절에 이런 행사를 벌인다는 건 국민적 정서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 축제 한마당에서 시민들이 기모노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아시아경제.

논란이 일자 주최측은 공식 SNS을 통해 "토마스 안중근 장군의 '동양평화론' 정신을 존중하는 문화공간으로서 상호 이해와 협력의 장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문화 교류를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복절 당일에는 '광복 축하 평화 선언문 낭독', '불꽃 및 평화의 등배 띄우기' 행사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나행주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역사 비판과 문화 소비는 구분해야 한다"며 "'과거 식민 지배를 받았으니 일본 문화를 소비하지 말자'는 태도는 다소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광복절 시즌에 일본 관련 행사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취소할 필요는 없지만,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기성세대에게는 반감을 살 수 있으니 상황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행사의 성격과 주체에 따라 광복절과 겹친 일본 문화 행사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시기나 장소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문화·예술과 같은 비정치적 영역까지 모두 광복절과 연결 지어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년 세대가 정치와 분리된 문화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를 넓히는 것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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