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비율 여력 생긴 우리은행, 기업금융 ‘명가’ 재건 나선다

기업금융 플랫폼 고도화 등
소상공인·개인사업자 서비스 개선
그간 RWA 관리 위해 우량 기업 대출 집중
자본비율 여력 충분하며
李대통령 강조한 '생산적 금융' 동참 차원

자본비율 여력을 확보한 우리은행이 하반기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나선다.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 지원을 강화하고, 비대면·대면 채널 모두에서 여신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완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대출 확대를 통해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에도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자사 기업금융 플랫폼 '우리WON기업'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개인사업자 관련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추가하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지원 활성화를 위해 고도화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약 30억원을 투입해 모바일 웹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의 사용자 환경(UI)과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면서 개인사업자 통합 페이지를 신설한다. 영업점 연계나 제휴사 연동 등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비금융까지 아우르는 개인사업자 전용 서비스도 탑재한다. 개인사업자 비대면 대출 관련 신규·연장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단 계획이다.

기업여신 전반에 대한 개선사항을 들여다보고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여신 자동심사 시스템 고도화를 비롯해 자동연장 프로세스 신설, 기업여신 신청정보 입수 및 등록 자동화, 챗GPT 등 AI기술 활용한 기업여신 보고서 자동화 등을 추진한다.

대면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0일 기업특화 채널인 '광화문비즈프라임센터'를 개점했다. 전국 산업단지 중심으로 확장 중인 해당 센터는 13번째 지점으로, 서울 3대 주요 업무지구인 광화문·종로, 강남, 여의도뿐 아니라 IT산업 중심지로 부상 중인 성수지역까지 포괄하는 전략거점이다. 이를 통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이 기업여신에 힘쓰는 이유는 자산 리밸런싱을 진행하며 대출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그간 위험가중자산(RWA)을 관리하며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기업대출의 경우 가계나 부동산 대출에 비해 위험가중치가 높아 자본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이 중에서도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여신은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더욱 높다.

우리은행은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공급하며 RWA를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13.05%였던 우리은행의 CET1은 올해 상반기 14.15%로 늘었다. 대신 기업대출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으며, 이는 중소기업대출 감소로 이어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이 185조8590억원이었지만, 올 상반기 179조10억원을 기록해 약 3.7% 감소했다. 이는 국민은행(2.5%), 하나은행(3.2%), 농협은행(3.3%)이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신한은행도 180조7490억원에서 180조6990억원으로 줄었지만, 감소율은 0.02%에 불과했다. 우리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33조4360억원에서 126조1010억원으로, 약 5.5%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RWA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는 만큼 전략을 빠르게 수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가계와 부동산이 아닌 기업과 모험자본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험가중치를 현행보다 높이고 기업대출 위험가중치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8월 말 개편안이 발표될 것인데,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대출 확대 전략이 자본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유리해진다.

경제금융부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