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김형민기자
TV·모니터를 생산해오던 LG전자의 멕시코 멕시칼리 공장이 오는 9월부터 세탁기와 건조기 생산 중심으로 새롭게 가동된다. 기존 TV 생산은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으로 통합된다. 앞서 고율 관세가 예고된 베트남의 냉장고 생산 물량은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 집중 배치된다. 관세 부담과 생산 이전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조치다.
전 세계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상호관세가 7일 0시1분(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가전 업체들은 생산 거점 이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국가는 비중을 줄이고 무관세 또는 저율 관세 국가로의 이전이 빨라지는 추세다.
가전 업계의 대체 생산지로는 다시 멕시코가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멕시코산 수입품에 30%의 관세를 예고했지만 현재로선 향후 90일간 25%의 기존 관세가 유지될 예정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조건을 충족하면 무관세가 적용되며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TV와 가전제품은 이 혜택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멕시코에 고율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보유한 기업들은 현상 유지는 물론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관세 부과 전부터 멕시코 생산기지 재정비를 추진해 왔으며 생산 품목의 효율적 재배치를 진행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멕시코에서 북미로 수출되는 완제품의 경우 현재 무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멕시코에서 무관세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생산 품목 전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뿐 아니라 원자재 수급 비용, 물류비용 등 제반 비용을 고려해 경쟁력을 판단한 결과 현재로선 멕시코가 가장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 TV 생산 모습. LG전자.
삼성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를 생산하는 케레타로 공장, TV를 생산하는 티후아나 공장에서 멕시코 내 생산물량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관세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공장 중 가장 합리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에서 공급하겠다는 기조"라며 "다양한 방식을 따져보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멕시코 생산품에도 향후 관세 적용 범위가 확대될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철강 파생 제품에 대해선 현재 미국 상무부가 추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 범위는 확대될 수 있다"며 "한편으로 일부 제품만 철강 파생 제품으로 포함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장. 삼성전자.
반면 베트남은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미국이 베트남에 대해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이곳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가전과 스마트폰 모두가 관세 적용 대상이 됐다. 수출비용 증가와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베트남 북부 박닌과 타이응우옌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은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그간 대부분이 미국으로 수출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물량을 내수용이나 미국 이외 국가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냈던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로 멕시코 공장으로의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기업들은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을 선택할 것"이라며 "지금은 관세에 따른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