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역사 퀴어클럽도 파산'…베를린 클럽문화 '흔들'

퀴어문화 상징 슈부츠, 매출 감소로 파산 절차

독일 베를린의 대표적인 퀴어클럽 '슈부츠(SchwuZ)'가 법원에 파산 절차를 신청했다. 슈부츠는 1977년 문을 연 독일 최초의 성소수자 전용 클럽으로, 베를린 퀴어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독일 최초의 퀴어클럽 '슈부츠'. 슈부츠 홈페이지

연합뉴스는 1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rbb 등의 보도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슈부츠 경영진은 회원들에게 보낸 공지문을 통해 "지급 불능 상태로 파산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며 "클럽은 계속 운영하고 직원 급여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파산 신청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2024년 3월 대표로 취임한 카탸 예거는 "심각한 매출 감소로 인해 매달 3만~6만유로(약 4800만~9600만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슈부츠는 2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을 포함해 약 30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슈부츠는 단순한 클럽이 아니라 퀴어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지지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베를린 성소수자 축제인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SD) 또한 이 클럽 없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베를린 좌파당의 클라우스 레더러 퀴어정책 대변인은 "퀴어문화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베를린 주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며 중도보수 성향의 기민당(CDU)과 중도좌파 사민당(SPD)의 책임을 지적했다.

슈부츠의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베를린의 나이트클럽들은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군중이 모이는 구조상 정부의 방역 규정과 제한 조치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다.

이에 트레조르, 베르크하인 등 유명 클럽과 마찬가지로 슈부츠도 장기 휴업에 들어갔고 재정 압박은 점점 커졌다. 당시 슈부츠는 팬들의 기부로 7만5000유로(약 1억2000만원)를 모았고, 독일 연방개발은행에서 30만유로(약 4억1000만원)를 대출받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베를린 클럽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단순한 오락시설이 아닌 일종의 '문화공간'으로 규정, 수익보다는 분위기와 공동체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런 특징 때문에 수익 구조는 팬데믹 이전에도 취약했다는 평가다. 평균 입장료는 10유로(약 1만4000원)에 불과했고, 클럽의 절반 이상이 적자를 면치 못하거나 간신히 운영되는 수준이었다.

베를린 관광청 관계자는 "베를린 밤 문화의 핵심은 '완전한 자유'였다"며 "현재 상황이 이 문화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정부는 2029년까지 문화공간 보호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클럽문화가 사라지면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도 함께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슈&트렌드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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