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림핑' 윤경호 '혼신의 애드리브, 웃기고 싶었어요'

30일 개봉 영화 '좀비딸' 동네 약사 동배役
배우 조정석·이정은과 코미디 황금 라인업
"'중증' 인기는 운…마음 잡고 더 단단하게"

배우 윤경호가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좀비딸'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NEW

배우들은 첫 등장 장면이 가장 어렵다고들 한다. 관객의 마음을 열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려 있어서다. 호감을 얻어가며 '내 편'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그리 쉬운 과정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윤경호는 다르다. 그가 등장하면 웃음부터 나온다. 특별히 웃겨서가 아니다. 반가워서, 기대해서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을 살리기 위해 아빠가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좀비딸'에서 배우 윤경호는 동네 약사 '동배'로 출연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조정석, 이정은과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드는 데 함께하고 싶었다"며 "조력자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고 말했다.

배역에 대해 그는 "섞였다 빠졌다 하면서 유연하게 흐름을 맞추는 윤활유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촬영장은 여고 동창처럼 시끌벅적했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고 한다. 첫 장면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단체 줄넘기에서 내가 들어가 줄을 망칠까 봐 긴장하는 심정이었다"고 떠올렸다.

조정석, 이정은과 이전 작품에서도 함께 이름을 올린 적은 있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호흡을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막상 마주 보니 말도 빨라지고 동작도 작아졌다"며 "긴장을 많이 했지만 두 배우가 잘 받아줬고 덕분에 빠르게 현장에 녹아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감성 감독님이 촬영 초반 현장에서 '그거 안 하실게요'라는 디렉션을 가장 많이 하셨어요.(웃음) 그만큼 NG도 잦아서 제가 가장 많이 냈어요. 정말 웃기고 싶은 욕심에 불필요한 애드리브를 준비한 게 사실이었어요.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언론시사회 날 보니 일부 장면은 편집 과정에서 살아남았더라고요. 감독님이 '오히려 살려둘 걸 그랬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극 중 정환의 딸 수아를 연기한 최유리에 대해 그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에서 처음 딸로 만났을 때 이미 비범했다"며 "고양이 주인공의 소설을 쓰던 아이가 어느새 현장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배우가 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추위와 빗속 촬영에서도 묵묵히 버티며 스태프에게 "재밌었다"고 인사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영화 '좀비딸'에서 동배(윤경호)가 정환(조정석) 딸의 훈련을 돕는 장면. NEW

윤경호는 2002년 드라마 '야인시대'로 데뷔해 영화 '스카우트'(2007)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관상'(2013), '군도: 민란의 시대'(2014), '국가대표 2'(2016), '옥자'(2017), '완벽한 타인'(2018), '배심원들'(2019), '정직한 후보'(2020), '모가디슈'(2021), '외계+인'(2022), '밀수'(2023)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확장해왔다. 최근에는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통해 '항블리', '유림핑' 등의 애칭을 얻으며 대중적 호감이 높아졌다.

"연기를 잘해서라기보다 운이 좋아서죠. 드라마 '도깨비'(2016) 이후 짠한 인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외모를 넘어 제 이면을 봐주는 관객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이 인기는 언젠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에 대비해 마음을 다잡아야죠. 배우로서 항상 단단하게 지탱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요."

댓글은 자주 확인한다. 최근 출연한 유튜브 '핑계고' 댓글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윤경호는 "기발한 댓글이 많아서 심심할 틈이 없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인기에 도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가끔은 신나서 떠들기도 하지만, 사랑에 말랑해지려고 하지 않는다"며 "겁이 많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단역이든 주연이든 어울리는 자리라면 어디든 가고 싶어요. 편하고 풍족한 환경이 아니더라도 계속 연기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이상적인 배우의 모습이죠. 제가 특별히 주목받지 않아도 작품 속 균형을 잘 잡아주는 배우로 오래 남고 싶어요."

문화스포츠팀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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