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결정]
부모로부터 중소기업을 물려받은 자녀에게 증여세를 감경해 주되, 가업을 승계하지 않는 경우 그 특례를 배제하는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7월 1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A씨가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의6 제1항 및 제2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20헌바557)에서 합헌 결정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사베이
헌재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규정한 조항과 가업을 승계하지 아니하면 그 과세특례를 배제하는 조항은 조세법률주의, 의회유보의 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가업을 승계했으나 종사하지 않은 경우 특례를 배제하는 부분은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사건 개요]
A씨는 2010년 아버지로부터 중소기업 주식 30%를 증여받고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의6 제1항에 따라 증여재산가액에서 5억 원을 공제한 후 세율 10%를 적용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A씨는 2016년 해당 법인의 대표이사에 취임했으나, 세무서는 "증여일부터 5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례 적용을 배제하고 추가 증여세 4억여 원을 부과했다.
A씨는 "가업승계 요건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해 조세법률주의와 의회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또 "가업을 승계한 후 가업에 종사하지 않은 수증자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과세특례 적용을 받는데, 가업을 승계하지 않은 수증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도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헌재 판단]
헌재는 가업승계 요건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의 입법목적은 가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술·경영노하우가 후대에 전해져 가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세제지원을 함으로써 경제 활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의6 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가업승계 방식은 경제 상황과 기업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세부·기술적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업승계란 중소기업의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이전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대통령령에서 증여일부터 5년 이내 대표이사 취임 요건을 정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며 "조세법률주의나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평등원칙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에서 경영권의 이전을 통한 가업의 승계라는 요건의 충족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가업을 승계한 후 사후관리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특례 적용을 유지하지만 애초에 가업을 승계하지 않은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특례를 배제하도록 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는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의6 제1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업을 승계한 경우'에 관한 부분, 제2항 전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업을 승계하지 아니하거나'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업을 승계했으나 가업에 종사하지 않은 경우 특례를 배제하는 부분은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아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