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단백질·mRNA 빛으로 꺼내 쓴다 '원할 때'

국내 연구진이 빛으로 세포 속 특정 단백질, 유전정보(mRNA)를 원하는 시점에 꺼내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유전자 조절과 신약 개발 등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KAIST는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물리학과 박용근 석좌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단백질 및 mRNA를 세포 안에서 빛으로 원하는 시점에 저장(Store)·방출(Release)할 수 있는 '릴리저 기술(REversible Light-Induced Store and Release·RELISR)'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왼쪽부터) KAIST 생명과학과 이채연 박사, 허원도 교수. KAIST 제공

이번 연구는 세포 안에 다양한 생체 분자가 막이 없는 응축체에 저장돼 기능을 조절한다는 최신 세포기능 조절 원리를 빛으로 구현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공동연구팀은 특정 분자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표적 부위가 부착된 광유전학 단백질 복합체를 증폭해 빛에 반응하는 분자 저장·방출 시스템인 릴리저 기술을 설계했다.

이를 통해 세포 및 생체 안에서 특정 단백질 또는 mRNA를 릴리저에 안정적으로 저장한 후 빛을 비춰 원하는 시점에 방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공동연구팀은 다양한 세포주와 신경세포 그리고 생쥐의 간 조직 등에서 해당 시스템의 효과를 입증했다.

또 단백질을 저장·방출하는 단백질 방출 시스템인 '단백질 릴리저(Protein-RELISR)'로 세포의 모양 변화와 신경세포 안에 국소 단백질 활성 등 미세 환경에서의 생화학 반응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mRNA를 표적으로 하는 mRNA 방출 시스템인 'mRNA 릴리저(mRNA-RELISR)'를 활용했을 때는 mRNA가 세포질 안에서 번역되는 시점을 빛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실제 생쥐 모델에서도 mRNA 번역 조절이 가능함을 확인케 했다.

인공 응축물 시스템 (RELISR) 개요. 인공 응축물 시스템 RELISR는 단백질을 저장하는 'Protein-RELISR'와 mRNA를 저장할 수 있는 'mRNA-RELISR'가 있다. 이 인공 응축물은 청색광조사에 의해 분해되고, 암흑 상태에서 재조립될 수 있다. KAIST 제공

이번 연구는 빛으로 표적 분자를 순간적으로 '가두는' 기존 연구 LARIAT(단백질 올가미 2014)와 mRNA-LARIAT(mRNA 올가미 2019)에서 한발 나아가 동일한 빛 자극으로도 세포 안에 무막 응축체에 저장된 단백질과 mRNA를 즉시 '방출해' 단백질의 기능을 복원하고 mRNA 번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허원도 석좌교수는 "릴리저 플랫폼은 광유전학 원리를 기반으로 단백질과 mRNA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저장·방출할 수 있는 범용 도구"라며 "이 플랫폼은 앞으로 뇌 신경세포 연구와 세포치료제, 차세대 신약 개발 등 과정에서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한국연구재단 유전자 편집·제어·복원기반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에는 생명과학과 이채연 박사(제1 저자), 물리학과 유다슬이 박사·박용근 석좌교수(공동 교신저자) 등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논문)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7일자로 게재됐다.

세종중부취재본부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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