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이름이 키네틱인데, 키네틱적인 면을 강조하면 좋았을 것 같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9층에 마련된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를 둘러본 뒤, 임직원을 불러 놓고 이같이 말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9일 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4일 공개된 키네틱 그란운드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 키네틱 아트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살려보려고 했는데 잘 안 살았다"면서 이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고객들의 연령대를 고려하면 키치한 면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절제하는 느낌"이라며 "젊은 브랜드들만 모아둔 것 같다"고 했다.
키네틱 그라운드는 20·30세대를 겨냥해 롯데백화점이 새롭게 선보이는 K패션 전문관이다. 축구장의 4분의 1 크기인 약 1800㎡(550평)의 공간을 K패션 대표 브랜드들로 채웠다. '마르디메크르디', '마뗑킴'을 비롯해 '코이세이오', '트리밍버드' 등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K패션 브랜드 15곳이 입점했다. '정규 매장'과 '팝업 매장(키네틱 스테이지)'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내부 인테리어를 '키넥트 아트(Kinetic Art)'로 채웠다.
키네틱 아트는 움직이는 예술 작품을 뜻한다. 금속처럼 반짝이거나 광택이 나는 메탈릭 소재를 활용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에서 최근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일례로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ADERERROR)는 성수 스페이스 공간 중심부에 키네틱 설치물을 활용하고, 공간 전체를 미래지향적인 콘셉트로 꾸며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핫 플레이스(인기 공간)로 자리 잡았다. 롯데백화점은 키네틱 그라운드를 통해 성수동의 분위기를 백화점에 옮겨 '2030의 랜드마크(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키네틱 그라운드 내 팝업 공간 '키네틱 스테이지' 조감도 이미지. 롯데백화점 제공
최근 국내 백화점 업계는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한 MZ세대를 끌어오는데 총력을 쏟고있다. e커머스 시장 확대와 인구 고령화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대폭 줄어든 가운데 MZ세대가 백화점 불황 타계를 위한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하면서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은 2023년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K패션 전문관 '하이퍼그라운드'를 오픈한 뒤 100일만에 센텀시티점 영패션 매출을 전년 대비 75% 신장시켰고, 20·30세대 매출은 2배 이상 끌어올린 바 있다. 당시 유행하던 키워드에서 착안해 최고를 뜻하는 하이퍼(Hyper)와 공간을 뜻하는 그라운드(Ground)를 결합한 공간의 이름이다. 하이퍼그라운드는 1년 단위의 정규 매장과 1주일~1개월 단위의 팝업 매장(하이퍼스테이지)로 구분돼 운영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2021년 2월 더현대서울을 정식 오픈하고 지하 2층에 패션 팝업스토어를 모아둔 '크리에이티브그라운드'를 오픈하며 'MZ놀이터'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백화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공간으로 기획된 것으로, 인기 브랜드 팝업 등을 진행해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 때문에 롯데백화점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키넥틱그라운드는 최근 수년간 정체된 백화점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 대표의 야심작으로 꼽혔다. 키네틱그라운드가 위치한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의 지난해 매출은 2조596억원으로, 같은 기간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2조1081억원)에 뒤쳐졌다. 매출신장률은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4.9%에 달했지만, 롯데 본점은 2.3%에 그쳤다. 정 대표가 신규 매장을 깐깐하게 둘러본 뒤 임원들에게 고강도 피드백을 남긴 배경으로 풀이된다.
1965년생인 정 대표는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신세계그룹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 당시 그는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아르마니, 몽클레어, 메종마르지엘라 등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왔다. 2021년부터 롯데쇼핑으로 옮겨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을 맡고 있다. 그는 롯데쇼핑의 첫 외부 영입 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