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이준경기자
조선시대 4대 명필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원교 이광사의 유배지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문화유산 관리에 대한 지자체의 안일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유배지는 전남 완도군 신지면의 한 마을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 끝자락, 외부인의 접근은 물론 지역 주민조차 잊고 살 만큼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태다.
완도군 신지면에 위치한 이광사 유배지의 진입로는 좁고 파손돼 접근이 어려웠다. 이준경 기자
이광사(1705~1777)는 안평대군, 석봉 한호, 추사 김정희와 함께 조선 4대 명필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함경도에서 유배 생활을 시작해 완도 신지도로 이배된 후 약 15년간 머물며,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유배 시절 완도에서 창안한 '동국진체'는 가장 한국적인 서체의 원형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저서 '서결'은 현재 대한민국 보물 제1969호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이처럼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적지가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사실상 흉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유배지로 가는 진입로는 좁고 파손돼 접근이 어려웠고, 방문객을 위한 주차 공간은 물론 도로에는 기본적인 안내판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유배지 내부 화장실에는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으며, 주변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유배지 내부 화장실에는 쓰레기가 방치됐고, 주변엔 잡초가 자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준경 기자
완도군은 해당 유배지 관리를 마을 이장에게 위탁해 매달 관리비를 지급해왔다. 하지만 최근 관리자가 변경되면서 실질적인 관리와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유배지는 점차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주민 A씨는 "어릴 적 자주 찾던 곳이라 개인적으로 애정이 크다"며 "요즘도 방문객이 종종 찾아오지만, 주차 공간이 없고 진입로가 너무 좁아 큰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추사 김정희가 질투할 정도로 뛰어난 서예가였던 이광사의 흔적을 군에서 더 책임감 있게 보존·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완도군 관계자는 "현장을 방문해 관리 공백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관리 체계를 정비한 후 문화재 보존·활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