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신각수 전 주일대사(니어재단 부이사장, 전 외교부 차관)는 9일 "북핵 문제의 해결 고비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로,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포함해 협상했더라면 중간 단계의 합의는 가능했을 것"이라며 "중국이 (북미 대화 국면에서) 소외됐고, (2019년 하노이 노딜 후)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이후에 (비핵화 협상) 진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니어재단 부이사장)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7차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니어재단
신 전 대사는 이날 니어재단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제7차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 - 트럼프 2.0 시대와 동북아 전략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참석해 "(하노이 노딜) 이후 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전혀 비교가 안 되는 북핵 능력을 목도하고 있다"며 "과연 이것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전 대사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어 향후 5년 이후엔 아마도 영국, 프랑스 수준으로 갈 것 같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미동맹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고, 결국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교섭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중러 연대가 굉장히 강화되고 있고, MSMT(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가 출범했지만 그렇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면서 "결국 북한이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우회로를 중국과 러시아가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러 군사협력이 강화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굉장히 어려웠던 북한 경제가 숨통이 트이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압박을 북한이 느끼지 않게 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전 대사는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선순위는 우크라이나, 가자 사태 등에 있기에 올해 안에 (북미 대화에)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란 데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많다"며 "내년쯤 우크라 사태 휴진 교섭 가능성 여부가 판가름 나는 시점에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 비핵화 및 북미 회담 재개 가능성'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는 신 전 대사를 비롯해 한·중·일 전문가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당국자들의 말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 대신 '뉴클리어 파워'라는 지칭이 나온 점으로 봐서 (미국이) 회담을 시작할 용의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은 전통적으로 지역적 관전자나 균형자, 중재자 역할을 해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 개인은 '브로커'에 가까운 역할을 하며 단기적 문제해결을 추구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도모하고자 한다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7차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니어재단
미치시타 나루시게 일본정책연구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앞으로 북미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과거와) 비슷한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북미 협의를 통해 북한의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본다"고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장투성 중국국제전략연구재단 디렉터도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관세 전쟁까지 의제가 굉장히 많아 북미 대화 재개는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려있다"며 "올해 중 논의할 수 있을지도 매우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핵 협상에 나설 동기가 전혀 없다"며 "과거 정상회담 실패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고, 현재 대국 간의 대결 구도를 이용해 핵보유국으로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 북한의 목표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토론에 앞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향후 북한 비핵화에 관한 북미회담, 특히 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북한은 6·25전쟁 이후 가장 유리한 전략적 위치에서 협상하게 될 것"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동북아 지형에 또 하나의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및 한미일간 사전 조율은 물론 중국과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지난 4월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데 이어 올해에 예정된 다양한 계기에 3국 간 정상회담도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