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영기자
5일 KB증권은 '미시경제학으로 풀어 본 원전 30년 지배'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AI) 등장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과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인한 탈세계화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 대신 원자력발전이 향후 30년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려진 대로 1차 산업혁명은 '석탄'이 주인공이었다. 증기기관을 돌리기 위해선 고밀도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이 주도한 2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석유'였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교체가 아니었다. 석유를 선점한 국가가 세계 패권을 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3차 에너지 전환이 진행 중이다. 3차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친환경이었고, 친환경 에너지의 주인공은 신재생이었다.
하지만 최근 뜻하지 못한 복병이 나타나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바로 '탈세계화'다.
미시경제학에는 "공공재를 시장 선택에 맡겨 놓으면, '시장실패(공유지의 비극)'가 발생한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시장실패를 막기 위해선 정부 개입이 필요한데, 대표적인 개입 수단이 벌칙(penalty)과 보조금(subsidy)이다. 그래서 전 세계는 2000년 이후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위해 대규모 보조금과 국제 협력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탈세계화'는 모든 상황을 바꿔버렸다. 벌칙도 보조금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탈세계화' 시대에 중국·미국·유럽 등이 협력하고 공동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있다. 공동행동을 통한 벌칙이 사라지니, 그 결과는 시장실패(무임승차)다. 또한 국가 부채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정부들은 이자를 내기도 어렵다. 여기에 국방비 증액은 이제 시작이다. 결과적으로 친환경 보조금은 설 곳이 없다.
결국 '탈세계화'는 의도치 않은 주인공의 교체를 불러왔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AI의 등장으로 다시 고밀도 에너지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신재생의 후퇴와 원전의 부상이다. 실제 '신재생 ETF'와 '원전 ETF' 주가는 완벽히 대칭이다. SMR을 위시한 원전 관련주의 주가 상승은 2000년대 신재생 관련주 패턴과 유사하다. 이익 증가는커녕 수주조차 미미하지만, 3차 에너지 전환의 주인공 교체에 대한 기대를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전략가는 "원전주의 주가 상승을 단순히 'AI 수요급증'이란 차원을 넘어 '신재생 에너지'의 교체라고 생각한다면, 현재의 주가 상승은 새롭게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