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기자
방화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5호선에 탑승했던 승객들의 목격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고 있다.
31일 오전 8시 47분께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사이 지하철에서 방화 추정 화재가 발생해 승객들이 대피하고 있다. 연합뉴스·독자 제공
31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지하철 화재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알리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5호선 화재 지하철에서 방금 탈출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제일 앞칸에서 앉아서 가고 있는데 뒤 칸에서 사람들이 '불났어요' 하며 달려왔다. 뒤에서 까만 연기가 몰려왔다"고 이야기했다. 이 네티즌은 "이러다 질식사하는구나 하는 공포가 몰려왔다"며 "문이 열려서 철로로 뛰어내려 다음 역까지 달렸다. 출근해야 하는데 택시가 안 잡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를 본 다른 네티즌들은 "정말 무서웠겠다" "병원부터 가시길" "다친 사람 없길 바란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방화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5호선에 타고 있던 승객의 현장 목격담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고 당시에 엑스(X·옛 트위터)에는 "5호선 지금 다 멈춰있다" "5호선 타고 있는데 불났다고 한다. 너무 무섭다" "열차가 안 간다"는 등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설명한 짧은 글들이 올라왔다. 또 다른 시민은 엑스에 "지하철 비상 개폐장치를 매번 봐 왔지만 연기가 나니까 당황해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났다"며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연합뉴스에 "영화 '부산행'처럼 수십명이 소리 지르고 달려와서 아수라장이 됐다"며 "'창문을 깨야 하나' '나가야 한다' 등 다급한 외침이 곳곳에서 들려오다 가까스로 열차 출입문이 열렸다. 따로 방송이 나온 건 아니고 보통 역에서 정차했을 때처럼 모든 문이 열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한동안 지하철은 못 탈 것 같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 현장에서 비상탈출 레버를 내려 직접 문을 열었다는 한 남성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열차 맨 앞 칸에 탔는데 여의나루역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뒤쪽에서부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왔다"며 "깜짝 놀라 흉기 난동인가 싶었는데 기관사 쪽 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남성은 그러면서 "그 전부터 매캐한 냄새가 났고 1~2분 후 연기가 천장을 타고 쫙 밀려들어 왔다. 가득 찰 정도는 아니었다"며 "열차가 멈춘 후에도 안내 방송은 없었고 사람들이 소리쳐서 '멘붕'이었다. 문을 열고 철로로 뛰어내려서 승객들 모두 마포역까지 뛰었다. 이 과정에 안내 인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8시45분께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 지하철 내에서 방화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직후 기관사와 일부 승객이 소화기로 진압해 다행히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승객 400여명은 터널을 통해 대피했고, 이 가운데 21명이 연기 흡입과 발목 골절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은 9시45분경 방화 용의자로 추정되는 60대 남성을 여의나루역 인근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남성은 지하철 선로를 통해 들것에 실려 나오다가 손에 그을음이 많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화재로 한때 지하철이 마포역과 여의나루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여의도역부터 애오개역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가 10시6분께 운행이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