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자유가 있어요'…인디밴드, 장애인영화제 난입·공연하며 한 말

영화제 측 "장애인·퀴어 관련 혐오 발언"
밴드 측 "항의 목적, 위법 사실 없다" 주장

장애인인권영화제가 열리는 행사장 한가운데에서 인디밴드가 막무가내로 난입한 후 공연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주최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행사 진행 중에 발생한 무단 공연 및 인권 침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영화제 측은 지난 23~25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 야외무대를 설치하고 공연, 영화 상영, 시상식 등 행사를 진행했다. 주최 측은 사전에 종로구청에 오후 9시까지 공원을 대관하겠다고 신청해 허가받았다.

25일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주최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행사 진행 중에 발생한 무단 공연 및 인권 침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SNS

행사가 한창이던 지난 24일 오후 7시 30분쯤 인디밴드인 그리니치가 공원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영화제 측은 항의했으나 그리니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을 이어갔다. 이들은 '본 연주는 집회·시위로 합법적'이라고 적힌 팻말까지 세웠다.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그리니치 한 멤버는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제가 뭐만 하면 혐오라고 한다", "지하철이 안 오는 것 같지 않냐" 등 발언을 쏟아냈다. 영화제 측과 그리니치의 대처는 경찰과 구청 관계자가 출동해서야 밤 11시쯤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영화제 측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그리니치의 무단 공연 때문에 영화 상영 및 관객과 대화, 수어 통역과 문자 통역이 진행 중인 무대 음향이 가려졌고 행사 진행이 심각하게 방해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장에서 발생한 조롱과 혐오적 발언"이라면서 "'내일은 오지 말아달라'는 주최 측 요청에는 '그건 저희도 모르죠'라며 비웃듯 답했다"며 "이는 단순 갈등이 아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모욕이자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리니치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영화제와 관객, 당일 현장에서 모욕받은 분들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강력히 요구한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하자 그리니치 밴드는 "영화제 측에 종료 시간을 묻고 행사가 겹치지 않게 공연하려 했을 뿐 방해 목적은 없었다"면서도 "공연을 진행한 건 영화제에 항의할 목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리니치 인스타그램

논란이 확산하자 그리니치는 "영화제 측에 종료 시간을 묻고 행사가 겹치지 않게 공연하려 했을 뿐 방해 목적은 없었다"면서도 "공연을 진행한 건 영화제에 항의할 목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발언에 대해서는 "혐오 발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가 없이 공연한 것에 대해서는 "문화예술공연은 신고 없이 열 수 있어 위법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해당 밴드가 허가 없이 공연을 연 게 맞지만, 구청은 중단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사를 무단 진행하는 단체에 대해선 가능한 행정조치를 다방면으로 검토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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