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와 작별할 수 없는 이유

쌓이는 데이터는 '추억'
버릴 수는 없고 저장공간 찾을 수밖에
천원대부터 수만원대까지 다양
"점점 클라우드 서비스에 갇힐 것"

직장인 황모씨(27)는 최근 휴대폰 저장공간이 부족하다는 알림을 받았다. 휴대전화를 바꾼 지 2년이 다 돼가다 보니 256기가바이트(GB)에 이르는 용량이 사진과 동영상, 파일 등으로 꽉 차버린 것이다. 황씨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에 가입했고, 구독료를 아끼기 위해 친구와 저장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

김모씨(28)는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생각에 어딜 가든 사진이랑 동영상 등 기록물을 많이 남겨두곤 한다. 몇 년 전부터 용량 부족 알림이 자주 떠 클라우드 서비스를 유료로 구매해 쓰고 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난 뒤에 또 용량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떴다. 김씨는 "이럴 때마다 휴대전화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혹시나 저장이 안 된 채로 핸드폰을 분실하거나 고장 나면 내용물을 다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걱정에 클라우드 구독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인화된 사진들. 픽사베이

인화된 사진들. 픽사베이

개인용 클라우드 구독으로 저장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이제 일상이 됐다. 일상 사진과 동영상의 화질이 높아지고 용량이 커지면서 휴대전화의 저장용량만으로는 모든 데이터를 담기 어려워졌고, 추억을 잃고 싶지 않은 소비자가 클라우드 서비스에 종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자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마이박스는 올해 유료 사용자가 200만명을 돌파했고, 구글의 '구글 원'은 지난해 유료 사용자 1억명을 넘겼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개인용 클라우드 시장은 올해 332억달러(약 48조원)에서 2030년 714억달러(약 10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요금제는 월 2000원대부터 1만원대 이상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형성돼 있다. 용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며, 2TB(테라바이트) 이상의 요금제는 월 수만원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플랫폼에 따라 주어진 용량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문제는 낮은 요금제에 가입해도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가 계속 늘어나 더 비싼 요금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30대 회사원 신모씨는 "처음엔 휴대전화보다 더 많은 사진을 무료로 저장할 수 있어 구독제를 사용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용량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부족해져 결국 구독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매달 3000원가량 빠져나가는데 그마저도 용량이 부족해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독경제 전문가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처음엔 그렇게 비싸지 않아 자연스럽게 구독을 한 건데, 점점 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저장한 데이터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도 없으니 소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록인(Lock-In)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라우드 서비스는 강제 구독의 전형적인 사례"이며 "소비자가 서비스 의존을 줄일 수 있도록 스스로 파일을 정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부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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