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머스크…'2조달러 삭감' 목표치 반토막

의무지출 연방예산 대부분 차지
임의로 삭감 어려워 현실성 의문

향후 신설될 미국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으로서 대대적인 ‘정부 슬림화’를 예고해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발 물러섰다.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연방 지출 삭감 목표치를 기존 2조달러에서 1조달러로 감축한 것이다.

머스크 CEO는 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생중계된 광고업체 스태그웰의 마크 펜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조달러(감축)를 위해 노력해볼 테지만 그것은 최선의 상황에서 나오는 결과"라며 "2조달러를 위해 노력한다면 1조달러를 달성할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앞서 머스크 CEO는 지난해 10월 대선을 앞둔 유세 현장에서 연방 지출을 적어도 2조달러 삭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팜쇼에서 개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유세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머스크 CEO는 이어 "재정 적자를 2조달러에서 1조달러로 줄이고 경제를 자유롭게 풀어 추가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하면 상품과 서비스 생산량이 통화 공급 증가와 보조를 맞추게 되므로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며 "이는 엄청난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머스크 CEO가 당초 제시했던 지출 삭감 목표치를 절반으로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경제의 총수요를 견인하는 정부 지출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제기되는 우려를 달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에 신설될 정부효율부의 지휘봉을 잡게 된 머스크 CEO가 출범 전부터 정부 부처 통폐합, 공무원 재택근무 폐지 등 파격적인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다. 트위터 인수 후 직원의 80%를 떠나보내는 등 높은 업무 강도로 정평이 나 있는 머스크 CEO가 차기 내각의 실세로 자리 잡으면서 그의 ‘감원 칼바람’을 피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공직 사회에 퍼진 것이다.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발탁된 비벡 라마스와미 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역시 사회보장번호가 홀수로 끝나는 모든 연방 직원을 해고해 전체 인력의 50%를 감축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향후 신설될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수장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비벡 라마스와미 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간)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미 의회에 방문한 모습. EPA연합뉴스

그러나 ‘퍼스트 버디’ 머스크 CEO조차 연방 지출 2조달러 삭감은 제언 초기부터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미국의 2024 회계연도 예산이 6조7500억달러(약 9860조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5조3000억달러 이상이 사회 보장, 의료보험, 국방 및 보훈 등에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 사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성급히 손댈 경우 유권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사회 보장 혜택 등은 축소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 CEO가 지출 삭감 목표를 절반으로 낮춘 것에 대해 "최근 며칠 동안 기존의 선거 공약을 철회한 사람은 머스크뿐만이 아니다"며 "트럼프 역시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를 중재할 수 있다고 장담해 왔지만 최근 기자들에겐 현실적으로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어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이 향후 5개년 회계연도 예산에서 각각 6% 정도만 줄이자고 제안했지만, 이조차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공화당이 의회 양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예산 삭감안은 트럼프의 책상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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