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북한은 '트럼프 2기' 출범을 보름 앞둔 지난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했지만,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의 주장대로 1500㎞를 비행했다면 일본 영토에 떨어졌어야 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기만'에 무게를 두고 있다.
8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신형 극초음속 IRBM 발사가 성공적이라고 발표하면서 "예정된 비행 궤도를 따라 비행하여 1500㎞ 계선의 공해상 목표 가상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주장했다. 군이 포착한 발사 지점은 평양 일대였고, 미사일은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 무인도 '알섬'을 지나 비행했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표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지점이다.
평양에서 알섬 방향으로 1500㎞ 길이의 선을 그어보면 최종 탄착 지점은 일본 홋카이도 최북단 지점에 도달한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사일이 일본 본토에 떨어졌거나, 약간의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사이 라페루즈 해협까지 날아갔어야 했다.
이는 한·미·일 3국의 군 및 정보 당국이 파악한 내용과 차이가 크다.
우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1100㎞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도 같은 분석을 내놓으며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 해상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사일이 일본 영토에 근접하거나 도달했다면, 이런 분석을 내놓을 가능성은 없다.
미사일에 대한 탐지·추적은 지구 곡률에 제한받아 오차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북한의 주장은 근거가 부실하다. 미사일 발사 시점에는 가까운 한국에서 탐지가 원활하고, 이번 미사일처럼 동북 방향으로 날아간 경우 탄착 지점은 일본에서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북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의 지원까지 더해진 한·미·일 공조 체제가 북한 미사일을 함께 추적한다. 북한이 3국의 감시망을 모두 회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비행거리뿐만 아니라 미사일의 비행 특성까지 과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이튿날 '1차 정점고도 99.8㎞'와 '2차 정점고도 42.5㎞'라는 수치를 발표했다. 이번 미사일은 지난해 4월에 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6나형과 같거나 이를 개량한 기종으로 평가되는데, 당시에도 북한은 '1차 정점고도 101.1㎞'에 '2차 정점고도 72.3㎞'라는 비행 특성을 주장했다.
미사일이 두 차례에 걸쳐 정점고도를 찍었다는 건 비행 중 궤도를 틀면서 변칙적으로 기동했다는 의미다. 상대의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의 극초음속 미사일 특성에 부합한다. 더욱이 1~2차 정점고도의 차이는 지난해 4월 발사 당시 약 29㎞였는데, 이번 발사에서 약 57㎞ 수준까지 벌어졌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변칙 기동 역량이 발전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2차 정점고도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즉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변칙 기동 역량은 아직 달성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