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로봇 '빨간불'에 횡단보도서 '쾅'…책임은 누가?

다친 사람 없으나 차량 헤드램프 등 일부 파손
로봇 운용 측 "원격조종 하는 과정서 사고"

인천 송도에서 배달용 자율주행 로봇이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승용차와 충돌 사고를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사고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먼저 공론화됐다. 사고는 지난 3일 오전 8시 40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횡단보도에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차량의 헤드램프와 문 등이 일부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 운전자는 사고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횡단보도 신호가 빨간불인데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있어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하던 중 무단횡단 로봇과 충돌했다"며 "사고 후 로봇이 업체 측의 원격조종으로 다시 한번 차량을 긁으면서 2차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영사 측은 로봇에게 보행자 지위가 있다면서 운전자 측 과실을 주장하고 있다"며 "무단횡단으로 차도로 뛰어든 로봇을 피하지 못한 제 과실이 있다는 게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후 운전자 측은 "양측이 더 이상의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로 원만하게 합의했다"면서 해당 글을 삭제했다. 다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사고 소식은 확산했다. 이와 관련해 로봇 운영사 관계자는 "배달 로봇은 횡단보도에서 자율주행할 때 녹색 신호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당시 관제사가 사람들이 모두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보고 원격조종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주분과 원만하게 합의했으며 지난 9월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뒤 그동안 배달 로봇은 단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로봇은 지난 1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실외 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해당 인증을 받은 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돼 보도와 횡단보도를 통행할 수 있다. 이 로봇은 배달 도착지와 약 1.2km 범위에서 음식물과 잡화 등을 배달하는 로봇으로 인천 송도 등에서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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