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10개라도 모자라” 1인당 99명 담당…역부족 ‘위기 가구 발굴’ 공무원

세심하고 정기적인 관리 필요하지만
다른 업무 병행하며 시간 턱없이 부족

지난 12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금천구 독산3동 주민센터 앞. 독산3동 복지팀 김영미 주무관과 최진은 간호사는 위기가구 대상자인 60대 남성 김모씨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나섰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다리부종으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그간 구청의 지원을 받아 이제는 큰 불편함 없이 걸을 수 있게 됐다. 이날 김 주무관과 최 간호사는 김씨에게 치료 후 후유증은 없는지, 몸의 상처는 어떤지 등등 세심하게 안부를 물었다. 최 간호사는 직접 김씨의 혈압을 재주기도 했다.

김 주무관은 “김씨처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건강이 나아지는 분들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김 주무관은 “저희 팀 같은 경우 직원 한 명당 1년 동안 담당하는 복지 대상이 300여 가구 정도 된다. 1년이 365일인데, 1년에 한 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1인 가구는 증가하고 있고 고독사가 앞으로 더 많아질 텐데, 언론에 고독사 사건이 보도되면 모든 화살이 우리에게 날아오는 게 정말 부담스럽다”고 호소했다.

12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금천구 독산3동 복지팀 김영미 주무관과 최진은 간호사가 위기가구 대상자인 60대 남성 김모씨에게 안부를 묻고 있다. 심성아 기자

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인력 부족, 시스템 한계 등으로 인해 업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담팀의 1인당 담당 발굴 대상자 수는 2020년 86.9명, 2021년 105.3명, 2022년 89.4명, 2023년 99.4명이다. 올해의 경우 2차 시기까지(1~4월) 전담 인력은 1만4060명인 반면 발굴 대상자는 46만7000명으로 1인당 담당 발굴 대상자 수는 약 33.2명으로 집계됐다.

복지부의 ‘찾아가는 보건복지 전담팀’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의 신속한 발굴과 위기가구에 대한 지역 내 복지자원 연계 및 지원 확대,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인프라 강화를 목표로 한다. 전담팀은 지역 내 가구의 단전·단수·건보료 체납 여부 등을 살펴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대상자에 대해 경찰 조사를 요청하고 각 위기 가구가 필요로 하는 각종 보건복지 제도를 연계해 주는 등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진은 간호사가 위기가구 대상자의 혈압을 재고 있다. 심성아 기자

세심한 지원과 관심이 요구되는 업무인 만큼 전담팀이 느끼는 심리적·업무적 무게는 상당하다. 서울 금천구 관계자는 “전담팀 직원들이 직접 가정을 찾아가고 모니터링하는 것은 전체 업무의 30~40%에 불과하다. 동 복지 계획에 따른 행사 등 다른 업무와 병행해야 하므로 업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선거철이나 폭염, 폭설 등 특수한 상황에서 전 직원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가정 방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 가구에 대한 전사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한국은 은둔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담당 공무원들만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있는 모든 자원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은퇴 공무원이나 부녀회 등 다양한 지역 사회 구성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부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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