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공화당도 '트럼프 FBI 국장 교체' 비판…시험대 오른 美 의회 독립성(종합)

설리번 "바이든, 트럼프 임명 FBI 국장 해고 안해"
공화당 내부서도 우회 비판
WP "공화당, 상원 인준 막아야"…NYT "상원 독립성 시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후 관례를 깨고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측근인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비서실장으로 교체키로 하면서 백악관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미 현지 언론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인선 첫 낙마 사례였던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 사례와 같은 논란이 예상된다며 공화당이 FBI 국장 교체 시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내년 1월 다수당이 될 공화당은 의회를 위해 일어설지, 정부 규범을 무시하는 대통령에게 굴복할지 선택해야 하는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위치에 놓일 수 있다"며 "트럼프 2기는 상원의 독립성에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지명한 측근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비서실장

1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NBC 방송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FBI는 정치와 무관한 독립된 기관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토퍼 레이 현 FBI 국장은 사실 도널드 트럼프가 임명했다"며 "조 바이든은 그를 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바이든)는 레이가 FBI 국장으로서 책임을 이행하길 기대했고, 바이든 행정부 동안 그의 임기를 전부 채우도록 했다"며 "이것이 우리가 일에 접근하는 방식이며 우리는 FBI가 정치와는 떨어져 독립된 기관으로 남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 자신이 임명한 레이 국장 후임으로 파텔 전 비서실장을 기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FBI 국장의 임기는 10년으로 레이 국장의 임기는 2027년 8월까지다. 레이 국장은 취임 후 트럼프 1기 당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위협에 대한 의회 증언 등으로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 당선인의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 트럼프 당선인이 관례를 깨고 FBI 국장으로 지명한 파텔 전 비서실장은 2020년 선거 조작을 주장하고, FBI를 '딥스테이트'(선출되지 않은 권력 집단)의 핵심으로 지목하는 등 그와 입장을 같이 하는 최측근 충성파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FBI 국장 교체 시도를 놓고 현 레이 국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 라운즈(공화·사우스다코타) 연방상원의원은 이날 ABC 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트럼프가 자신에게 매우 충성하는 사람들을 선택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트럼프는 레이라는 아주 좋은 사람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FBI 국장 임기는 "보통 10년"이라며 "앞으로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가 실제로 지명을 밀어붙일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파텔 국장 지명이 미성년자 성 매수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 사례처럼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FBI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FBI 국장은 상원 인준이 필요한 만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FBI 국장 교체 시도를 막을지도 주목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새 대통령이 FBI 국장을 자신의 선호에 맞게 선택하는 건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일탈이자 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에 반대하며 헌법적 의무를 다했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제 아무리 불쾌하고 정치적으로 위험하다 하더라도 트럼프에 다시 맞서야 한다"고 보도했다.

충성파를 줄 세우는 트럼프 당선인의 막무가내식 인사로 미 의회의 독립성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NYT는 "트럼프가 자신의 충성파를 내각에 임명하기 위해 상원의 전통적인 인준 절차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하면서 이는 (공화당과 트럼프의) 분명하고 즉각적인 긴장의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내각에 기용할 인사를) 휴회 기간에 임명하거나 배경 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아 상원의 권한을 침식하는 것을 허용하면 상원에 영구적인 피해를 미치고 헌법 시스템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주프랑스 미국 대사에 이어 아랍·중동 문제 담당 고문에 자신의 사돈을 지명했다. 그는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의 시아버지인 찰스 쿠슈너를 주프랑스 미국 대사 후보로 지명한 데 이어, 둘째 딸 티파니 트럼프의 시아버지로 레바논계 미국인인 마사드 불로스를 아랍·중동 문제 선임 고문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요 공직에 사돈을 앉힌다는 점에서 이해 충돌과 족벌주의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주프랑스 미국 대사에 지명된 쿠슈너는 2004년 탈세, 증인 조작 등의 혐의로 실형을 산 전과가 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막바지인 2020년 12월 사면됐다.

국제부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