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야당이 주도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법이 세 번째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조만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번 특검법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세 번째 발의한 법안으로,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했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이전과 달리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하되,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을 담았다.
한덕수 총리는 "야당은 여당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특검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 위반,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 등 위헌성이 명백해 정부가 이미 두 차례 재의요구를 했고 모두 폐기됐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그럼에도 그 위헌성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특검 법안을 또다시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이번 법안은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대법원장이 행사하는 방식으로 수정됐지만, 야당이 무제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 후보자에 대한 제3자 추천의 형식만 갖췄을 뿐 실질적으로는 야당이 후보자 추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설계됐다는 것이다. 또 기존에 폐기된 법안보다 수사 대상이 일부 축소됐지만, 여전히 검찰과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특검을 도입한다는 점에서 보충성·예외성 원칙을 훼손한다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헌법과 충돌하는 법안에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국정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라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다음날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29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이후 총 25건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게 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앞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거부권 행사 이후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두 번째 특검법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지난달 4일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