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빨리 좌절할 것'…머스크 지인이 내다본 DOGE 운명

머스크 수년간 알고 지낸 민주당 칸나 의원
"위원회, 권고 수준될 것" 삭감 쉽지 않아

차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연방 정부 전반의 일자리와 지출을 삭감하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계획이 예상보다 더 빨리 좌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 엑스

미 의회 내 대표적인 '국방비 증액 반대론자'인 로 칸나 연방 하원의원(캘리포니아·민주당)은 21일(현지시간) 정치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일론은 생각보다 빨리 좌절할 것 같다"며 머스크 CEO가 예산 삭감 과정에서 의회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내다봤다.

칸나 의원은 "지금껏 정부의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해 수많은 위원회가 나섰지만, 그저 '권고' 성격에 지나지 않았다"며 "(정부효율부의 업무는 머스크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방비 예산 삭감에 나선다고 생각해보자. (의회) 소관 위원회에는 국방비 증액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해온 그는 "방산업체들의 예산 낭비와 남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가 외부 자문위원회 수준에 머물 경우 연방 정부에 대한 구속력이 떨어져 개혁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칸나 의원은 지난해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59명의 위원 중 국방 예산안 증액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인물이다. 당시 그는 "국방 계약업체의 이익을 현대적 국가 안보 전략과 국내 투자보다 우선시하는 부풀려진 국방 예산에 반대한다"고 역설했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미국 방산업체들의 방만한 운영과 국방비 증액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머스크 CEO는 "정부효율부가 나설 차례처럼 보인다"며 공감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둔 칸나 의원은 머스크 CEO와 수년간 알고 지낸 사이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국방예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회에서 겪은 어려움, 머스크 CEO가 극복해야 할 '예산 효율화'의 벽이 얼마나 높고 험한지를 조명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게 된 머스크 CEO는 2조달러의 연방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400여개에 달하는 연방 기관을 100개 미만으로 재편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연방 인사관리처(OPM)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연방 공무원은 약 230만명으로 이 가운데 70%가량이 미군이나 안보 관련 기관에 소속돼 있다. 특히 퇴역군인을 위한 병·의원 수백곳을 운영하는 미국 보훈부가 48만6522명으로 가장 많은 일반직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국토안보부(22만2539명), 육군(22만1037명), 해군(21만6537명), 공군(16만8505명), 국방부(15만6803명), 법무부(11만6614명), 재무부(10만8869명), 농무부(9만2072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머스크 CEO는 이날 오랜 라이벌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SNS에서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머스크 CEO는 엑스에 "제프 베이조스가 트럼프는 대선에서 질 것이기 때문에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말하고 다녔다는 얘기를 오늘 마러라고에서 들었다"고 썼다. 이에 베이조스는 "100%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고, 머스크 CEO는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그렇다면 정정하겠다"고 답했다.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머스크 CEO는 경쟁사인 블루오리진을 소유한 베이조스를 여러 차례 도발해왔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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