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이 문장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세계 첫 저작권법 '앤 여왕 법'
창작자 권리 명확하게 제한
출판업자 권리 등은 맹점 많아
'돈 버는 기계' 돼버린 저작권
현대사회 불평등 주원인 지적

현재 미국의 저작권 보호 기간은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후 70년이다. 미국의 저작권 보호 기간은 여러 차례 변경됐는데 14년, 28년, 42년, 56년 등 7의 배수로 정해진 경우가 많았다. 1710년 영국에서 제정된 세계 최초의 저작권법도 기존 저작물을 21년, 새로운 저작물을 14년 동안 보호했다. 기한이 만료되면 14년 더 갱신할 수 있었다.

저작권 보호 기간이 유독 7의 배수로 정해진 경우가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Who Owns This Sentence?)’의 글쓴이는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697~1797)의 관습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특허장으로 부여되는 특권의 개념이 처음 생긴 곳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중동과 서유럽의 무역을 중개하며 번성했다. 튀르키예와 아리바아의 공예가들로부터 사치품 제조법을 배우는 대신 이들에게 상거래 독점권을 부여했는데 이 독점권의 기한이 7년이었다. 이렇게 생겨난 독점의 개념이 현대의 저작권과 특허에까지 영향을 미쳐 오늘날 저작권 보호 연한이 7의 배수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는 저작권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룬 책이다. 저작권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저작권의 개념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사건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영국 앤 여왕 통치 시기인 1710년에 만들어져 오늘날 세계 최초의 저작권법으로 인정받는 일명 ‘앤 여왕 법’, 1886년 스위스 베른에서 체결된 베른 협약 등이다. 이런 과정을 살피며 저작권의 개념이 얼마나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왔는지를 살핀다. 결론적으로 글쓴이는 ‘이 문장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고 답하며 오늘날 저작권이 끼치고 있는 해악을 지적한다.

저작권의 역사는 사실 굉장히 짧다. 앤 여왕 법이 제정된 때를 기준으로 하면 불과 300여년에 불과하다.

15세기 중반 구텐베르그가 인쇄기를 발명하면서 출판물의 대량 생산이 이뤄졌지만 저작권의 개념은 여전히 요원했다. 18세기까지 사람들은 모든 사상과 지적 산물이 인간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오는 것이라 믿었다. 즉 모든 아이디어는 작가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는 신의 선물로 여겨졌다. 기독교 교리가 영향을 끼쳤다. 글쓴이는 마태복음 10장 8절의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를 언급한다. 실제 프랑스 정부가 파리의 출판업을 규제하기 위해 1725년에 제정한 법은 아이디어나 텍스트에 재산권이 없다고 명시했다. 무엇을 누가 언제까지 출판할지 결정할 권리는 오로지 왕에게 있었다.

지식 재산이라는 개념은 창작물의 기원에 대한 믿음이 신에서 개개의 인간으로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생겨났다. 그리고 창작물을 둘러싼 개인 간 이권 다툼도 시작됐다.

앤 여왕 법은 창작자와 출판업자 간의 저작권을 조율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창작자에게 14년간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주되 계약을 통해 출판업자도 그 권리를 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앤 여왕 법은 많은 맹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창작자의 권리를 명확하게 제한한 반면, 창작자와 계약한 출판업자는 그 권리를 얼마나 소유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창작자보다는 출판업자에 더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셈이다. 글쓴이는 이 모순은 몇 세기 동안 해결되지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창작자의 저작권을 매입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거대 기업들의 행태를 꼬집은 셈이다.

앤 여왕 법을 치밀하게 연구한 러프버러 대학의 존 페더 교수는 저작권이 소수의 부유한 자본가들이 (서적) 제작을 통제하고, 소수의 런던 회사들이 영국의 출판업계를 계속 지배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해적판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런던에서 훌륭한 창작물이 만들어지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곧 해적판이 만들어져 런던과 에든버러 출판업자 간 소송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이는 1886년 베른 협약이 체결되는 배경이 됐다.

책은 출판에서 생겨난 저작권의 개념이 회화, 연극과 영화, 초상권과 인격권의 개념으로 점차 확대되는 과정을 살핀다. 그리고 저작권의 개념이 확대된 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고 꼬집는다. 궁극적으로 저작권이 오늘날에는 거대한 돈 버는 기계가 됐으며 현대 사회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50년 전만 해도 한 해 동안 국가 간 지식 재산 라이선스 계약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10억달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은행 집게에 따르면 2021년 이 계약 규모는 5080억달러로 늘었다.

전 세계 지식 재산 라이선스 계약금의 4분의 1 이상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간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거둬들이는 순이익은 연간 800억달러에 이른다. 반면 아프가니스탄은 2020년에 지식 재산으로 번 금액이 225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은 지난 몇 십년간 지식 재산 보호법을 강화하며 잇속을 챙겼다. 미국이 19세기만 해도 아무런 지적 재산도 가진 게 없는 신생국으로써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출간된 책을 마구잡이로 불법 복제했던 역사를 돌이켜보면 꽤 역설적이다.

글쓴이는 저작권 개념은 애초 탄생 때부터 불완전한 점 투성이였다며 오늘날 저작권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 | 데이비드 벨로스·알렉상드르 몬터규 지음 |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404쪽 | 2만3000원

문화스포츠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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