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낙점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무원 감축을 위해 재택근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작은 정부’ 개혁을 위한 정부효율부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CEO는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인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연방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낭비성 지출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아닌 수백만 명의 비선출, 비임명 공무원들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며 "우리 둘은 정부효율부에서 규제 철폐, 행정 감축, 비용 절감이라는 세 가지 주요 개혁을 추진하도록 (대통령에게) 조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의회가 승인하지 않았거나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나가는 돈을 줄이면 연방 지출을 5000억달러 이상 삭감할 수 있다"며 공영방송공사(CPB) 예산 5억3500만달러, 국제기구 지원금 15억달러, 진보 단체 보조금 3억달러 등을 삭감 대상으로 거론했다. 또 "연방 기관들이 헌법적으로 허용되고, 법령으로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인력을 파악도록 할 것"이라며 "적어도 폐기되는 연방 규정 숫자에 비례하는 만큼의 연방 공무원이 해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방 공무원 숫자를 줄이는 방안으로는 ‘재택근무 폐지’가 제시됐다. 이들은 "연방 공무원들을 주 5일 사무실에 나오도록 하면 많은 수가 자발적으로 그만둘 것이고 우리는 이를 환영한다"며 사무실 출근을 거부할 경우 급여를 지급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리가 없어진 공무원들의 민간 부문 이직은 돕겠다"며 대통령의 권한으로 조기 퇴직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단편적으로 연방 개혁 방안을 제시했던 두 사람이 공식 언론 기고를 통해 정부효율부의 비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머스크 CEO는 2조달러의 연방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으며, 라마스와미는 사회보장번호가 홀수로 끝나는 모든 연방 직원을 해고해 전체 인력의 50%를 감축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특히 머스크 CEO는 높은 업무 강도 요구와 함께 재택근무에 부정적인 상사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2022년 엑스(X·옛 트위터) 인수 초기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고강도로 긴 시간을 일해야 한다"며 재택근무 금지를 선언하는가 하면 테슬라 임원들에게도 사무실 출근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를 인수한 이듬해 초 머스크 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체 직원의 80%인 6000명이 해고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CNN은 재택근무 폐지안을 두고 "많은 연방 공무원들을 자발적으로 떠나게 해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보고서를 인용해 "여전히 높은 사무실 공실률로 인해 워싱턴D.C.의 경제활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대비 68% 수준에 정체돼 있다"며 "연방 공무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하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저항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외신은 "대량 해고를 예감한 연방 공무원 노조가 변호사를 고용하고 대중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중재에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미국 연방 정부에 고용된 직원은 약 200만명으로 이 중 130만명가량이 재택근무를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머스크 CEO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나친 인선 개입 비판에 대한 해명글을 게시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척 즐겁고 그는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닌 훌륭한 사람"이라며 "일부 내각 후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긴 했지만, 많은 인선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뤄졌고 결정은 100% 대통령(트럼프)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랫동안 그를 위해 일한 충성스럽고 좋은 사람들이 마러라고에 많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며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의 나쁜 도덕성을 숨기는 데는 능숙하지만, 친구나 동료의 도덕성은 숨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