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따윈 필요없어'…日 성소수자들서 인기라는 '우정 결혼'

가족 압박 피하려 우정 결혼
연애 감정 없이 합의 결혼해
"정책 혜택 받는 것이 장점"

일본에서 성소수자인 두 사람이 '우정 결혼'을 택한 일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서로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으며, 당연히 연애 감정도 없다. 그런 이들이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부부로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9일(현지시간) 일본 개인 금융 전문 매체 '더 골드 온라인'은 30대 성소수자 '우정' 부부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들은 미나토, 사츠키라는 가명을 써 인터뷰에 응했다. 두 명의 성 정체성(남성, 여성 여부)은 알려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각각 바이섹슈얼(양성애자), 에이섹슈얼(무성애자)이다. 미나토는 여성, 남성 둘 다 교제한 경험이 있고, 사츠키는 다른 사람에 대한 성적인 욕구를 느끼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법률적으로는 부부 관계이나, 성적 관계를 맺은 적은 없다고 한다.

우정 결혼을 택한 일본의 성소수자 부부. 야후 재팬 홈페이지 캡처

이들이 우정 결혼을 한 이유는 양가 부모의 혼인 압박 때문으로 알려졌다. 사츠키는 "어머니는 '슬슬 좋은 사람이 없냐'며 (결혼) 압력을 줬다"라며 "어쨌든 (가족의 혼인 요구를) 빨리 침묵시키고 싶었다"고 전했다.

가족과 친척의 압박에 시달리던 두 사람이 우정 결혼을 결심하게 된 배경엔 한 인기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2016년 개봉한 일본 TBS 방송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였다. 해당 드라마는 독신 직장인 남성이 무직 여성과 '계약 결혼'을 맺고 생활한다는 내용을 그렸는데, 당시 일본에선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미나토와 사츠키는 드라마 속 계약 결혼에서 영감을 얻었다. 두 사람은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서로를 만나게 된 뒤 결혼에 '합의'했다. 혼인 생활은 매우 원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상대에게 요구하거나 바라는 게 없기 때문에 싸울 일이 없고, 그저 평소대로 각자의 일을 하며 살 수 있다"고 전했다.

2016년 일본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철저히 계약 관계로 결혼한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편 최근 일본에선 미나토·사츠키 부부처럼 '우정 결혼'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본 우정 결혼 전문 업체 '컬러어스(Colorus)'는 전체 인구 1억2400여만명 중 약 1%는 우정 결혼을 고려 중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컬러어스는 일본 최초 우정 결혼 전문 에이전시로 2015년 3월 창립 후 현재 회원 수 500명에 달한다.

우정 결혼은 일반적인 결혼과 달리 '공통의 이익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동거하는 관계'를 뜻한다. 이들은 부부간 사랑이나 성적 관계를 추구하지 않는다. 다만 인공수정을 통해 자녀를 낳는 경우는 있다. 미나토·사츠키 부부 또한 이미 슬하에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정 결혼은 무성애자, 동성애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컬러어스에 따르면 우정 결혼을 찾는 이들의 평균 연령은 32.5세이며, 85%가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이고, 소득은 전국 평균을 능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컬러어스는" 우정 결혼은 때때로 이혼으로 끝나기도 한다"면서도 "부부가 받을 수 있는 정책 혜택, 동반자 관계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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