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중국 청년들이 표현의 자유를 찾아 일명 ‘학술 주점’으로 몰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최근 몇 달 사이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에 전 세계 대학의 중국 학자들이 무료 강의를 하는 학술 주점이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당국의 검열로 공론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청년들이 자유롭게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고대 중국 회화 속 고양이 같은 정치적으로 무해한 주제부터, 민감하고 종종 온라인에서 검열되는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강연이 이뤄진다.
상하이의 한 학술 주점에 참석한 양샤오씨(32)는 CNN에 "미국 명문 대학의 중국인 박사과정 학생이 국가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 특히 무차별 폭력 사용에 관한 내용을 거침없이 설명한 데 대해 놀라 강의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양 씨는 "그가 (국가의) 폭력에 대해 노골적으로 언급했을 때 완전히 놀랐다"며 "중국에서는 국가의 본질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비판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술학을 전공한 시나몬 우 씨는 ‘중국-미국 문학의 발전’을 주제로 한 베이징의 한 학술 주점 행사 강연에 참석했다며 "일부 참석자가 미국 대중문화 속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비판했을 때 놀랐다"고 밝혔다. 온라인이 아닌 공간에서 미국에 대한 보수적 견해를 들어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다. 이에 대해 강연 기획자 제리 장 씨는 "다양한 견해의 충돌은 이런 학술 주점 강연 가치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학술 주점은 지난 1998년 영국의 자유로운 과학 토론 모임인 ‘사이언스 카페’(Cafe Scientifique)나 3일간의 과학 축제 ‘파인트 오브 사이언스’(Pint of Science)를 연상하게 한다. 레이야 원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교수는 "학술 주점의 증가는 공론장이 축소되고 있음에도 중국 청년들이 여전히 이야기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의 단속을 걱정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중국의 한 코미디언은 중국군과 관련한 농담을 했다가 그의 소속사가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았다. 또, 지난 9월 중국 예술가 가오전이 과거 문화대혁명을 비판한 작품으로 인해 체포된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급되며 학술 주점 참석자들의 신변에 걱정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