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물 없이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식자재를 비축해두세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3개 국가에서 전쟁 발생 시 행동 요령 등을 담은 안내 책자를 배포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접경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나와 주목된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18일(현지시간)부터 전쟁이나 기타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의 행동 요령을 담은 안내 책자를 각 가정에 배포한다. 스웨덴 정부는 최근 안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 '위기나 전쟁이 닥쳤을 때(If crisis or war comes·Om krisen eller kriget kommer)'라는 제목의 안내 책자를 6년 만에 업데이트해 발간했다. BBC는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책자 크기도 두배"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감자와 양배추, 계란, 보관 기간이 긴 빵과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파스타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축해야 할 음식과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물품 등이 담겼다. 또 정전이나 통신 장애가 발생했을 때 정부의 긴급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대처법, 스마트폰 해킹에 대비한 행동 등 총 40여개의 체크리스트도 포함됐다. 안내 책자의 중앙에는 "외국이 스웨덴을 공격하더라도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항을 중단해야 한다는 식의 모든 뉴스는 거짓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게 적혀있다.
스웨덴뿐 아니라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 역시 2차 세계대전 당시 초판 발행된 전쟁 발생 시 행동 요령 책자를 현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해 국민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핀란드는 최근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이라는 안내문을 온라인에 올렸다. 핀란드의 안내문에는 군사 분쟁 부분이 자세히 설명돼 있는데, 무력 공격이 발생할 경우 정부와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과 함께 당국이 국가 방어를 위해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는 최근 각 가정에 기후 이상, 전쟁 및 기타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주일 동안 혼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문구가 담긴 안내 책자를 배포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국민들에게 콩 통조림, 에너지 바, 파스타 등 장기보관 식품을 비축하고, 원자력 사고에 대비해 요오드 정제 등의 의약품을 구비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와 이웃한 북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에 북한군을 투입한 데 이어,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사용을 허가하며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이상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왔던 핀란드는 2022년 러시아가 전선을 확장하기 시작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가입했다. 스웨덴도 지난 3월 32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노르웨이는 나토 창립 당시 회원국 중 하나다.